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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클레무브 재무 라인의 여전한 목표 '밸류업'

향후 상장 대비 '성장성 입증' 과제...또다른 임무 '자금 조달'

양도웅 기자  2023-01-05 16:09:18

편집자주

급격한 금리 인상과 메말랐던 유동성 등 2022년은 기업 재무를 총괄하는 CFO들에게 쉽지 않은 해였다. 이 와중에도 기업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타기업을 인수하는 등 위기 속 기회를 찾았다. CFO들이 더 많은 역할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재계 내 각 CFO들의 2022년 성과를 되돌아보고, 2023년 직면한 큰 과제들은 무엇인지 THE CFO가 살펴본다.
HL클레무브는 2021년 12월 HL만도가 자율주행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했을 때부터 상장이 예고된 회사였다. 따라서 재무 라인의 단 하나의 목표를 꼽으라면 '기업가치 향상(밸류업)'이었다. 이는 설립된 지 만 1년이 지난 현재도 변함없는 최우선 과제로 판단된다.

현재 재무 라인의 최고 임원은 양기춘 상무다. 1967년생으로 고려대 무역학과를 졸업했다. 모회사인 HL만도에서 글로벌 ADAS(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비즈니스유닛 매니지먼트 센터장을 역임한 그는 HL클레무브 설립 때부터 지금까지 매니지먼트센터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양 상무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보긴 어렵다는 게 회사 안팎의 평가다. 업무 범위가 재무로 한정돼 있고 직급도 높은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 상무가 재무를, 이철 전무가 전략을 책임지는 구조"라며 "CFO는 보통 재무뿐 아니라 전략과 기획 등의 업무도 맡는데, 이를 고려하면 양 상무를 C레벨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 HL클레무브 이사회엔 모회사인 HL만도의 CFO인 정재영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정 부사장이 HL클레무브에서 직책은 없지만 재무 라인의 최종 결재권자라는 뜻으로 HL클레무브에서 정 부사장과 이 전무, 양 상무 등이 CFO 역할을 나눠 맡는 구조로 분석된다. 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밸류업이란 과제가 있는 셈이다.

2022년 9월 말 기준. (출처=HL클레무브 사업보고서)

모회사 CFO가 핵심 자회사 이사회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하다. 모회사가 물적 지원을 많이 했고 해당 자회사 실적이 모회사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한다. HL클레무브에서처럼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건 흔치 않다. 이는 모회사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정 부사장과 이 전무, 양 상무의 과제인 밸류업은 상장 시 투자자와 시장으로부터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위함이다. 상장 때 투자자와 시장이 높이 평가하는 기업은 대부분 '성장성'이 우수한 기업이다.

제조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는 매출액 증가율이다. 사업한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HL클레무브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분기별 매출액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1분기 306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분기 3250억원, 3분기 3400억원으로 늘었다. 3분기 기준으로 전분기대비 성장률은 5%다.

(출처=HL클레무브 사업보고서)

성장이 중요한 시기에 수익성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 비용을 늘려서라도 매출을 확대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액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동안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7%에서 4%로, 6%에서 3%로 떨어졌다.

이는 성장 전략을 취하는 시기에 재무 라인의 임무 중 하나가 '조달'인 이유다.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론 큰 폭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투자금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누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7억원으로 설비투자금(유형자산의 취득액)인 282억원보다 적었다. 이에 따라 재무 라인은 차입으로 219억원의 현금을 조달했다.

상장은 차입으로 대규모 투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울 때, 매출처가 늘어나면서 계속해서 매출이 증가해 성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판단했을 때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선 관계자는 "일정 규모 이상의 설비투자가 필요할 때 상장과 지분 매각 등을 고려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연결기준. (출처=HL클레무브 사업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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