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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불황 극복의 한수

웹젠, 수익성 개선 위해 계열사 '가지치기'

⑬개발사 통폐합 돌입, 게임 개발력 제고 목적…역성장 극복 열쇠될까

황선중 기자  2023-05-03 07:50:47

편집자주

최근 국내 게임업계는 기존 성장공식을 뒤엎고 있다.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지면서 반짝 실적은 신기루처럼 사라졌고, 확실한 성장동력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은 규제의 올가미에 얽히고 있다. 게임사마다 불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채롭다. 튼튼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버티기'에 돌입하는 곳부터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정면돌파'하는 곳도 있다. 불황을 예견하지 못한 게임사엔 구조조정 찬바람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호황기를 기다리는 국내 주요 게임사의 불황 극복 전략을 살펴본다.
웹젠이 경영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계열사 '가지치기'에 착수했다. 산하 계열사 중에서 성장동력이 부족한 게임 개발사 일부를 통·폐합해 전반적인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시장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웹젠의 신작 출시 주기가 비교적 짧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 완성도가 높아지는 효과까지 거둘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에 따라 웹젠의 현금창출력 역시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이란 시각이다.

◇개발 자회사 '다이어트' 작업 돌입

업계에 따르면 웹젠은 최근 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웹젠이 거느리고 있는 계열사는 17곳이다. 구체적으로 '웹젠온네트' 같은 게임 개발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웹젠타이완' 같은 해외 퍼블리싱을 위한 현지 법인이다. 부업을 담당하는 웹젠드림(매점운영), 웹젠캠프(부동산공급업)도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계열사 실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결 법인으로 묶인 계열사는 총 15곳이었는데, 10곳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나머지 5곳 중에서 가장 많은 순이익을 달성한 계열사는 웹젠레드코어였다. 하지만 웹젠레드코어 순이익 역시 6억원대에 그쳤다. 계열사 수익성이 전반적으로 부진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웹젠의 수익성 대부분은 본사가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 별도 기준 웹젠의 영업이익은 973억원이었다. 하지만 종속기업을 포함한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30억원으로 오히려 부진했다. 영업이익률로 따져도 별도(39.6%)가 연결(34.2%)보다 높았다. 계열사의 실적이 웹젠 전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웹젠은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 들었다. 지난해 기준 순손실 규모가 컸던 웹젠블루락(-39억원), 웹젠비트(-30억원), 웹젠노바(-25억원) 등과 같은 게임 개발사들이 통폐합 선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웹젠은 권고사직 및 전환배치 등의 방법으로 인력 재배치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 방점…신작 개발력 높아질듯

웹젠이 이번 구조조정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다채롭다. 우선 유동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웹젠은 그간 수익성이 안정화되지 않은 게임 개발사에 꾸준히 개발자금을 지원해왔다. 지난해를 살펴보면 8곳의 계열사에 도합 179억원을 수혈했다. 하지만 계열사 통폐합이 이뤄지면 불필요한 비용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게임 개발력도 높아질 수 있다. 그동안은 다수의 개발사가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왔다면, 앞으로는 소수의 개발사가 수익성이 높은 게임 위주로 개발하는 구조가 된다. 게임성 제고 효과와 함께 신작을 선보이는 주기도 짧아질 수 있다. 통상 게임사 매출은 신작에 좌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웹젠의 최근 실적은 전반적으로 하향 추세다. 2020년에는 연결 기준 2940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면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다. 하지만 그때 이후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는 242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2020년 36.8%에서 지난해 34.2%로 하락하고 있다.


재무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금창출력은 실적보다 더 가파르게 나빠지고 있다. 기업의 현금창출력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1354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393억원에 그쳤다. 다만 웹젠은 장기간 무차입경영 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비축한 현금곳간 규모도 넉넉해 당장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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