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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조직 모니터

롯데건설, CFO 위에 CFO…2단계 결제라인 구축

경영지원본부→재경부문 연결고리 강화…PF TF팀 신설, 촘촘히 관리

정지원 기자  2023-07-04 15:57:18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 조직을 보면 회사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 자금 관리 위주의 '곳간지기'에 역할에 그치는 곳이 있는 반면 조달·전략·기획·컴플라이언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 곳도 있다. 특히 진행 중인 변화는 회사의 '현재' 고민이 무엇인지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다. 주요 기업 CFO 조직의 위상과 역할, 전략을 조명한다.
롯데건설의 CFO 조직인 재경부문은 경영지원본부 산하에 있다. 올해 초엔 경영지원본부와 재경부문의 연결고리를 강화했다. 전임 CFO이자 사내 재무통으로 꼽히는 박은병 전무가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새로 선임하면서다. CFO 위에 CFO가 또 생긴 조직 구조가 됐다.

지난해 말 취임한 박현철 새 대표이사가 재무조직에 전반적으로 권한과 책임을 키우기 위해 준 변화다. 같은 맥락에서 재경부문 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태스크포스(TF)팀도 신설했다. 재무조직에서 힘을 빼기보다 관리감독 업무를 강화한 모양새다. 지난해 불거진 유동성 위기가 부른 조직 변화다.

◇실질적 재무 컨트롤타워 '경영지원본부'

롯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겪은 풍파에도 재무조직의 인적 쇄신이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조직의 외형을 키우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했다.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가운데 위기를 타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CFO는 김태완 재경부문장 상무다. 30년 가까이 롯데건설에서 회계 업무를 맡아 왔다. 1993년 서강대학교를 졸업한 뒤 1995년 12월 롯데건설 경리부 회계과에 입사했다. 경리부가 재경부문으로 거듭날 때까지 자리를 옮기지 않았다. 그만큼 롯데건설의 수십년간 살림살이를 꿰고 있다.

김 상무는 올해 CFO 6년차를 맞았다. 2018년 초 현 박은병 경영지원본부장 전무의 뒤를 이어 재경부문장 자리에 오르면서다. 박 전무는 2011년부터 CFO 겸 재경부문장을 역임하다 2018년 외주구매본부장으로 선임됐다.

올해 초 경영지원본부에서 재경부문으로 이어지는 재무라인이 강화되는 변화가 있었다. 박은병 외주구매본부장 상무의 경영지원본부장 전무 승진과 궤를 같이 한다. 전 CFO였던 박 전무가 CFO 조직을 포괄하는 경영지원본부를 이끌게 되면서다.

김 상무가 주로 회계팀에서 경력을 쌓았다면 박 전무는 회계 및 자금 파트를 두루 거쳤다. 현재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 법무, 홍보도 총괄하고 있지만 김 상무의 CFO 선임 전까지는 재무 분야에선 롯데건설 최고 전문가로 꼽혔다.

CFO 위의 CFO가 생겼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실상 재무 관련 총괄직이 한 명 더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재무조직의 사내 위상 및 중요도도 높아졌다. 기존에 상무급이 CFO이자 재경부문장으로 있었다면 올해 초부턴 실질적인 재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무급이 맡게 된 영향이다.

롯데건설에서 경영지원본부는 주택사업, 플랜트사업, 건축사업본부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모두 전무급이 이끌고 있다. 건설사업본부는 석희철 부사장이, 외주구매본부 및 토목사업본부는 각각 상무가 리더로 있다.


◇PF TF팀 신설, 위기 극복 방안 마련 '총력'

건설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시공사의 재무 관리 역량의 중요해지자 관련 업무 대응을 위해 오히려 조직을 키운 모습이다. PF TF팀 신설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경영지원본부 재경부문 내 팀을 만들어 PF 리스크를 털어내는데 집중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행사의 사업비 대출에 대한 신용보강 규모가 가장 큰 시공사로 꼽히며 고초를 겪었다. PF 우발채무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촉발되자 이를 관리 및 해소하는 조직을 만든 셈이다.

메리츠금융그룹과의 투자협약 체결도 PF TF팀이 주축이 됐다. 1조5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회사가 지급보증한 PF 유동화증권을 순차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다. 롯데건설과 신용위험의 연결고리를 자체를 끊어내는 전략을 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롯데건설에 대한 정기평가를 통해 "롯데건설이 보증한 PF 유동화증권의 차환 여건이 상당 수준 개선됐다"며 "2조원 이상 현금성자산을 보유해 단기적으로 원활한 유동성 대응과 차입금 상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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