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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PBR 기업 분석

SK이노, 자사주 활용 방안 변화 '주목'

배당·상여로 활용돼온 자사주 이번에는 '소각'...자회사 실적 관건

김위수 기자  2024-02-06 16:16:23

편집자주

정부가 주식시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이 타깃이 됐다. PBR 1배 미만인 기업들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이전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PBR 1배 미만 기업들은 '저평가'를 탈출하고 부상할 수 있을까. 더벨이 PBR 1배 미만인 주요 기업들의 현황을 분석하고 기업가치 제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해 봤다.
'주주환원'은 지난 몇 년간 SK이노베이션에게 있어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다.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 친환경 신사업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져 왔다.

주주환원과 성장을 위한 투자, 두 가지 요구를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회사에 쌓아둔 자사주를 활용했다. 투자에 재무적 자원을 집중시키고 자사주를 활용해 배당을 실시했다.

박상규 총괄사장이 취임한 첫해인 올해도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에 나설 예정이다. 물론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다. 이전까지 SK이노베이션은 배당으로 자사주를 풀었는데, 올해는 보유한 자사주 전량을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소각할 자사주는 총 491만9974주, 장부가 기준 7936억원 규모다.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한 대신 배당은 실시하지 않을 예정이다.

◇'주주가치 제고' 명목으로 자사주 매입했지만…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대거 취득했다. 2018년에는 1조원여를 들여 498만972주를, 2020년에는 5800억원을 투입해 462만8000주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전체 발행주식의 10.9%에 해당하는 주식을 자사주로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그간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를 임직원들에 대한 상여 혹은 현물배당 명목으로 주주들에게 지급돼 왔다. 2020년 말 기준 1013만433주였던 SK이노베이션 보유 자기주식수는 현재 491만9974주로 나타났다. 매입했던 자사주의 51.5%를 상여 및 배당 명목으로 다시 시장에 푼 셈이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 매입을 결정했을 당시 내세운 목적은 '주주가치 제고'에 있었다. 자사주 매입이 주주환원 정책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를 통해 주식의 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매입한 자사주의 절반 이상을 임직원 및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다시 늘린 셈이다. 자사주 매입의 본래 목적이었던 주주가치 제고와 부합하지 않는 활용법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자사주 소각으로 선회, 배경은

단 올해 SK이노베이션은 보유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방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를 줬다. SK이노베이션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게 됐다. 자사주 소각은 자사주 매입보다 더 전향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된다. 상여·배당은 물론 경영권 방어에도 활용할 수 있는 자사주를 아예 태워 없애 시중에 풀릴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 소각을 선택한 이유는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 타이밍이 됐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6일 오후 기준 주당 12만800원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23년 2월6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종가 기준 주당 17만900원이었는데, 1년 만에 주가가 30%가량 하락했다.

자회사 SK온을 통해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에도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올해도 수익성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SK이노베이션의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저평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하도록 하는 정부 정책이 도입될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기준 SK이노베이션의 PBR은 0.53배에 불과하다. SK이노베이션으로서는 주주환원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당국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검토했다. 최종적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되지는 않게 됐지만 자발적으로 자사주 소각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이를테면 삼성물산은 3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SK이노베이션의 '자사주 소각' 결단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냉랭한 시장 반응

SK이노베이션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오히려 전일 대비 5% 하락했다. 삼성물산이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다음날 주가가 7% 오른채 마감한 점과 대조적이다.


PBR이 낮은 다른 기업들이 최근 급격한 주가 상승을 겪은 것과도 대조적이다. SK㈜와 ㈜LG는 연초 대비 주가가 약 6%씩 상승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의 주가는 14% 올랐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연초 대비 14%가량 떨어진 상태다.

주주환원 확대에 대한 기대감보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부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에서 더 크게 받아들여진 결과로 해석된다. 결국 SK이노베이션의 저평가 극복은 SK온에 달린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뚜렷한 사업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이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황이 개선되는 하반기 SK온의 수익성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온은 올 하반기 이후부터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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