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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대표=CFO'

홍다원 기자  2025-03-19 07:51:44
두산그룹의 역사를 살펴 보면 다른 기업집단보다 유독 구조조정과 M&A(인수합병)이 눈에 띈다. 창립 이후 12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끝없이 사업을 재편해 온 원동력으로도 볼 수 있다. 자본시장을 적극 활용하는 과정에서 CFO의 위상이 남다른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CFO 역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지만 여전히 이사회에 포함되지 않거나 전통적인 회계 업무만 담당하는 곳이 많다. 기업의 특성과 규모에 따라 역할이 상이한 점을 감안해도 보통 오너와 CEO를 근거리에서 보좌하는 형태다.

재무 담당 임원은 맞는데 적확하게 CFO는 아니라는 대답도 자주 듣는다. 경영지원부터 재정부문까지 기업의 숫자를 들여다보는 일을 하지만 오너와 CEO와 역할이 동등한 C-레벨이라는 위치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반면 두산그룹은 다르다. CFO의 존재감이 유독 돋보인다.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물론 대표이사로 선임한다. CFO가 곧 대표이사다. 상장사 7곳 중 '대표이사 CFO'가 몸담고 있는 곳은 4곳으로 절반이 넘는다.

CFO의 역할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눠보자면 두산그룹 CFO 역할은 끝판왕으로 볼 수 있다. 1. 단순한 재무관리를 넘어 2. 투자와 M&A 결정 등 전략적 판단을 하고 3. 미래를 위한 청사진을 그리는 것이다.

결국 합병비율 논란으로 무산됐지만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주도했던 인물 역시 김민철 ㈜두산 대표이사 CFO다. CFO인 그가 그룹 대표로 자리할 수 있었던 것은 두산그룹이 2018년 각자대표이사 체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오너-CEO-CFO 각자대표이사 체제에서 한 차례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로 시작된 유동성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CFO 대표이사들이 중심이 됐다. 재무 상황을 빠르게 진단했고 1년 11개월 만에 채권단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여전히 CFO 대표이사의 위상이 높은 두산그룹이 지금 마주한 과제는 지배구조 개편 무산 그 이후다. 대규모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물론 주주들과의 신뢰도 회복해야 한다. 위기를 극복해낸 두산의 대표이사 CFO 군단의 역량이 다시 한 번 발휘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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