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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SSD 콘트롤러 기업 파두가 상장 후 첫 자금 조달에 나섰다. 조달금은 모두 신제품 개발에 투입할 예정이다. 내년을 턴어라운드의 원년으로 삼은 상황에서 신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파두가 7회차 CB를 발행해 119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만기는 5년 뒤로 전환가액은 1만735원으로 설정됐다. 시가 하락에 따른 최저 조정가액은 7515원으로 설정됐다. 전환청구기간은 2026년 5월 23일부터 2030년 4월 23일까지다.
전환에 따라 발행할 주식 수는 111만6907주다. 기발행주식 수 대비 2.2% 정도의 물량이다. 전부 주식으로 전환되더라도 경영권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두의 최대주주인 남이현 대표와 특수관계인들은 지난1분기 말 기준 25.7%의 지분을 보유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이자율은 각각 0%, 2.5%로 설계됐다. 투자자로는 제피러스 성장형 아이티 전문 주식회사가 나섰다. 제피러스는 김남은 씨가 단독 출자한 법인이다.
조달금은 모두 운영자금에 배정됐다. 차세대(Gen3) 컨트롤러의 개발자금에 전액 투입된다. 상장 이래 한 번도 적자를 끊어내지 못한 상황에서 외부 투자를 기반으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파두는 시스템 반도체 팹리스 기업이다. 주로 기업용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SSD(Solid State Drive) 컨트롤러를 개발·판매한다. 지난 1분기에도 연결기준 전체 매출액(159억원)의 83% 정도가 SSD 콘트롤러에서 나왔다. SSD 콘트롤러란 SSD의 두뇌에 해당하는 반도체다. 데이터센터에 △데이터 저장 위치 조정 △에러 정정 △캐시 관리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코스닥에는 2023년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됐다. 당시 연간 매출이 1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돼 기업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았고 시장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2023년 주요 거래처인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잠정적으로 끊기면서 상장 첫해 연결기준 외형이 224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43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224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다만 9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손실 규모 역시 전년(585억원)에 비해 규모를 키웠다.
적자 규모가 늘어난데는 1008억원에 달하는 판관비 지출이 주효했다. 특히 경상연구개발비로 많은 자금이 사용됐다. 파두는 지난해에만 66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개발비에 투입했다. 전년도(517억원)부터 2년 간 1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경상연구개발비에 쏟아 부은 셈이다.
차세대 제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파두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내년 흑자 전환을 공언했다. 당시 콘트롤러에 대한 수요 회복과 신제품 양산을 통해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내용이었다.
SK하이닉스와의 거래가 끊긴 배경에는 하이닉스의 자체 SSD 컨트롤러 개발에 따른 내재화 전략이 있었다. 당시 파두 매출의 상당 부분이 하이닉스에 집중돼 있었던 만큼 거래 중단 후 실적이 급감했다. GEN6 양산될 경우 과거와 같은 리스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평가다.
Gen6는 PCIe 6.0과 NVMe 2.2를 지원하는 차세대 SSD 컨트롤러로 기술적으로 한 발 앞선 제품으로 알려졌다. 아직 대부분의 데이터센터가 PCIe 4.0~5.1 기반 SSD를 사용 중이다. 양산에 성공할 경우 AI와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 증가에 맞춰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개발비 부담을 크게 덜 전망이다.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의 판관비가 줄게 되면 재무 개선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파두의 IR 담당자는 "내년까지 GEN6 개발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칩 개발에 성공할 경우 지금과 같은 대규모 자금 투입을 없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