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의 보수적인 가정 기조가 빛을 발하고 있다. DB손해보험과 장기간 엎치락뒤치락하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큰 격차로 벌렸다. DB손해보험은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 여파로 킥스비율이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는 2027년까지 적용될 가이드라인을 모두 적용해도 200%를 크게 웃돌 것으로 자신한다. DB손보는 올해 1분기 말 200%를 간신히 넘겼다. 현 추이가 계속된다면 가이드라인이 촘촘해질수록 두 곳의 킥스비율 차이가 더 벌어질 전망이다.
◇엎치락뒤치락하던 승부, 가이드라인으로 기울어져 각사 경영공시에 따르면 메리츠화재의 1분기 말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238.9%로 DB손해보험(204.7%)을 34.2%포인트(p) 앞섰다.
메리츠화재는 DB손보의 킥스비율을 지난해 3분기부터 3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격차도 지난해 3분기 말 28.2%p, 4분기 말 45.1%p, 올해 1분기 말 34.2%p로 이전보다 비교적 크게 벌어졌다.
두 곳의 킥스비율 차이는 연말 기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0%p를 넘지 않았다. 2019년 말에는 DB손보가 오히려 메리츠화재의 킥스비율 211.5%를 27.3%p 앞섰다.
메리츠화재가 신회계제도(IFRS17)의 정교화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화재는 대다수 보험사와 달리 IFRS17 도입 초기부터 보수적 가정을 계속 유지해 왔다.
IFRS17은 큰 원칙만 정하고 구체적인 계리적 가정 방식은 기업 자율에 맡긴 회계제도다. 도입 초기 보험사가 할인·손해율과 같은 가정을 낙관적으로 할수록 부채는 줄이고 이익을 확대할 수 있었다. 당시 2023년 1분기를 기점으로 보험사 킥스비율이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이런 문제를 고려해 계리적 가정 가이드라인을 오는 2027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그간 부채를 과소평가한 보험사일수록 가이드라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오종원 메리츠금융지주 위험관리책임자(CRO)는 1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2027년까지 적용될 가이드라인을 전부 반영하대도 저희 시뮬레이션 결과로는 킥스비율이 200% 이상 여유있게 상회한다"고 말했다.
◇1위 뒤쫓는 메리츠, 200% 턱걸이한 DB 메리츠화재와 DB손보의 희비가 선명하게 엇갈린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로 하여금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부터 보험부채 할인율을 현실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도록 했다.
국내 일반 손해보험사 중 2024년 말 킥스비율이 전년보다 상승한 곳은 메리츠화재와 하나손해보험 두 곳뿐이다. 메리츠화재는 킥스비율 상승 폭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200%를 크게 웃도는 238.9%로 관리했다. 업계 1위 삼성화재와의 격차도 30.8%p에서 16.2%p로 줄였다.
DB손보도 이때를 기점으로 킥스비율 내림세가 가팔라졌다. 올해 1분기 킥스비율은 204.7%로 전 분기 203.1%보다는 소폭 상승했지만, 전년 동기 229.7%와 비교해선 25%p 하락했다.
DB손보의 지급여력금액이 증가한 규모보다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더 늘었다. 지급여력금액과 지급여력기준금액은 각각 킥스비율의 분자, 분모에 속하는 주요 지표다. 분자인 지급여력금액이 크고 분모인 지급여력기준금액이 작을수록 킥스비율이 커진다.
이 중에서도 기타포괄손익누계액(OCI)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할인율 현실화 여파로 분석된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낮아지면 보험부채의 평가액이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난 수치만큼 OCI의 구성 요소인 보험계약자산(부채) 순금융손익이 차감된다.
DB손보의 1분기 OCI는 -3조8827억원으로 전년 동기 -7871억원보다 3조956억원 감소했다. 메리츠화재의 감소 폭 6064억원의 다섯 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