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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DB손보 vs 메리츠화재

IFRS17 도입 후 치열해진 손해보험 2위

①[종합]19년 유지된 순익 판도 균열…가정 성향 따라 요동친 CSM서 판가름

정태현 기자  2025-06-26 07:47:37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손해보험업계에 지각 변동이 일고 있다. DB손해보험이 2004년부터 19년간 유지하던 2위 자리를 메리츠화재가 2023년 쟁취하면서다. 메리츠화재가 DB손해보험의 연간 순이익을 넘어선 건 금융감독원이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래 처음이다.

절치부심한 DB손보가 1년 만인 2024년 2위를 탈환했지만, 최근 기세는 다시 메리츠화재로 넘어갔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으로 DB손보 순익을 앞질렀다.

◇외환위기 이후 장기간 벌어진 순익 차

메리츠화재는 1922년 조선화재해상보험이라는 사명으로 설립됐다. 국내 최초의 손해보험사인 데다 현존하는 보험사 중 제일 오래됐다. 메리츠화재가 국내 보험업의 산증인인 셈이다. 내력만 보면 1962년 설립된 DB손보(당시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보다 40년 더 길다.

DB손보는 화재·해상보험에 집중하던 메리츠화재와 달리 자동차보험전업사로 출범했다. 이후 22년이 지난 1984년 상품을 다각화해 종합손해보험사로 탈바꿈했다. 1983년 당시 한국자동차보험을 인수한 동부그룹의 입김이 작용했다. 1995년에는 사명을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 변경하면서 손해보험사로서의 면모를 더 드러냈다.


동부그룹의 경영하에 추진력을 얻은 DB손보는 메리츠화재와 격차를 빠르게 벌렸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 조정과 저금리 기조로 불황을 겪은 2000년대에 DB손보가 더 빨리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 DB손보가 업계 순익 2위에 안착했던 2004년 메리츠화재는 5위에 머물렀다.

굳어진 손보업계 순위 테이블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 건 2018년부터다. 김용범 부회장이 메리츠화재에 대표이사로 입성한 2015년 이후 3년 만이다. 메리츠화재는 2018년 KB손해보험 순익을 추월한 뒤 2019년에는 현대해상을 앞질렀다. 이후 2023년엔 DB손보를 넘어섰다.

김용범 부회장은 2015년 메리츠화재 사장으로 부임한 뒤 효율 극대화 전략을 구사했다. 단순 매출 확대보다 이익에 집중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자동차보험 비중을 줄이고 장기보험을 강화했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자기자본수익률(ROE)은 30%대로 업계 평균 12%의 세 배가량이다.

◇요지부동 순위 테이블 균열 낸 IFRS17

신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두 곳의 희비가 엇갈렸다. 현재보다 계리적 가정에 자율성이 보장됐던 IFRS17 도입 초기 상대적으로 DB손보는 계리적 가정을 낙관적으로, 메리츠화재는 보수적으로 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이 책정한 IFRS17 가이드라인을 적용하면서 DB손보를 포함한 손보사들의 보험계약마진(CSM) 가정 변경 항목이 대폭 감소했지만, 메리츠화재는 이러한 여파에서 벗어나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DB손보는 지난해 계리적 가정 변경으로 손보사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말 기준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1조6900억원 규모의 CSM이 사라졌다. DB손보의 CSM 잔액은 작년 말 12조2318억원으로 메리츠화재 11조1879억원보다 컸다. 다만 CSM 차이는 2023년 1조68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억원으로 6400억원 줄었다.

CSM은 미래 수익성을 가늠하는 대표 지표다. CSM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 중장기적으로 순익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CSM을 단기적으로 부채로 계상하지만 매년 일부분을 상각해 수익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메리츠화재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DB손보를 앞지른 것도 CSM 관리 역량 덕이 크다고 분석된다. 다만 순익 차이는 412억원, 235억원, 155억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DB손보가 올해 2분기 메리츠화재를 재추월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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