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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나비효과

제도 완화 나섰지만…기본자본 체력 저하 '모순'

①자본 관리 우수 보험사, 준비금 적립 부담 덜수록 '자본의 질 악화'

김영은 기자  2025-07-11 14:22:35

편집자주

해약환급금준비금은 IFRS17 체제에서 과도한 전환 이익의 사외 유출 방지와 보험 계약자 보호를 위해 새롭게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영업을 하면 할수록 가파르게 쌓이는 이 준비금 때문에 제도의 역효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여파로 보험사의 배당과 자본 비율 관리 등이 난항을 겪으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당국에서 최근 제도를 부분적으로 완화했지만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가 불러올 나비효과를 다각도로 들여다봤다.
IFRS17 체제와 동시에 도입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에 대해 금융당국이 2년 만에 제도 를 손질했다. 배당과 법인세 납부가 불가능한 해당 준비금으로 인해 부작용이 크자 대응에 나섰다. 제도 완화로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을 170% 이상으로 관리한 보험사들은 일정 부분 준비금 적립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당국이 자본 규제 고도화를 위해 추진하는 기본자본비율이 도입되면 2025년 한 해 자본을 잘 관리한 회사가 오히려 페널티를 받는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해약환급금준비금 규모가 줄어들면 보완자본 규모가 커지면서 손실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은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단계적으로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기준을 완화시킬수록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자본의 질은 저해되는 모순이 드러나는 셈이다.

◇배당 불가, 법인세 과소납세 되는 법정 준비금…반년만에 2차례 제도 손질

금융당국이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손질에 나선 건 2024년 10월이다. IFRS17 시행 이후 법정준비금인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하면서 보험사의 배당과 법인세 납부에 제동이 걸렸다. 당기순이익은 급증했지만 그에 맞는 주주배당이나 세금납부액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제3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관련 제도개선방안을 내놨다. 특정 자본적정성 요건을 갖춘 보험사에 대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췄다. 경과조치 전 킥스비율이 2024년말 기준 200%를 상화하는 보험사가 우선 적용 대상이었다.

그러나 규제 기준이 높아 적용되는 회사는 손에 꼽았다. 생보사 중에는 KB라이프, 신한라이프, 농협생명이 200%를 상회했고 손보사 중에는 삼성화재, DB손보, 메리츠화재가 그랬다. 자본여력이 건실했던 6개 회사를 제외한 나머지 생보사들은 발생하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을 그대로 떠안아야 했다. 한화생명, 현대해상 등 대형 상장 보험사들은 지난해 배당가능이익을 확보하지 못하자 배당 중단에 나섰다.

이후 6개월만에 금융당국은 제도를 추가 완화했다. 지난 4월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킥스비율 권고치 수준을 150%에서 130%로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해약환급금 준비금 80% 적립 기준이 2025년 기존 190%에서 170%로 함께 완화됐다. 해당 기준은 점진적 완화를 통해 2029년까지 킥스비율 권고치 수준인 130%로 떨어진다.

◇해약환급금준비금 100→80% 줄면 보완자본 커진다…관리 잘한 보험사에 '페널티'

당국의 자본관리 규제가 한층 복잡해지면서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완화가 보험사의 자본 체력을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은 올 하반기 기본자본비율 도입을 준비 중이다. 킥스비율 산출시 분자에 해당하는 가용자본 중에서도 손실 흡수성이 높은 기본자본으로만 지급여력비율을 산출해 자본의 질적 수준을 보다 분명하게 가려내기 위함이다.

그런데 보험사가 해약환급금준비금을 줄이면 기본자본비율이 저해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보험사는 조정준비금에 해당는 해약환급금 부족분 상당액 중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을 보완자본으로 인식하는데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줄어들면 해약환급금준비금 상당액 초과분은 늘어나며 보완자본이 증가하게 된다. 전체 순자산에서 차감되는 보완자본이 늘어남에 따라 기본자본은 줄어든다.

: 킥스 영향분석과 보험회사 대응방안 (보험연구원 보고서)

킥스비율을 잘 관리해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부담을 덜수록 자본의 질은 떨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상장사 및 금융지주 계열사 중에서 1분기말 기준 해약환급금 적립 완화 대상은 앞서 제도 완화대상이던 6개사에 더해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KB손보, 한화손보, 흥국화재 등 5개사로 늘어나는데 이들 모두 기본자본비율 관리에 있어서는 치명타를 입게 된다.

금융당국의 해약환급금준비금 제도 완화 조치가 단계적으로 확장되면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기본자본 여력이 저해되는 상황이 확산될 전망이다. 당국은 2029년까지 보험사가 킥스비율 권고치인 130%만 충족해도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비율을 80%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수립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 완화는 감독 회계 관점에서는 호의지만 킥스 관점에서는 페널티나 다름 없다"며 "기본자본의 조달 방안이 증자와 일부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제한되는 상황인데다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으로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들면서 자본 확충이 어려워지는 보험사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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