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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금은 기업의 위상과 크기를 가늠할 수 있는 대표 회계 지표다. 자기자금과 외부 자금의 비율로 재무건전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유상증자는 이 자본금을 늘리는 재무 활동이다. 누가, 얼마나,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근간이 바뀐다. 지배구조와 재무구조, 경영전략을 좌우하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더벨은 유상증자 추진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와 전략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앤씨앤이 자회사 넥스트칩의 유상증자 성사를 위해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청약자금 마련 목적으로 보유중인 넥스트칩 지분을 파는 초강수를 뒀다. 지배력 약화를 감수하더라도 최대주주로서 넥스트칩 조달에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다만 발행주식총수의 8%를 상회하는 물량이 시장에 소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성사될지 주목된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앤씨앤은 자회사 넥스트칩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40억원 이상 참여할 계획이다. 넥스트칩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총 242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앤씨앤의 유상증자 청약 참여는 최대주주로서의 '책임경영' 이행과 경영권 안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경영권 변동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앤씨앤과 김경수 넥스트칩 대표는 각각 40억원, 10억원을 투입해 급한 불을 끄겠단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앞서 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0억원 자금 지원을 결정했다.
앤씨앤은 배정받는 신주 약 94억원 중 40억원 이상 청약에 참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3자배정 유상증자와 별개로 주주배정 유상증자 배정분에 대해 120% 초과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앤씨앤은 4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중인 넥스트칩 주식을 시장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악의 경우 매각 물량은 172만여주다. 넥스트칩 발행주식총수의 8.7%에 달하는 규모다.
앤씨앤의 현금여력이 상반기말 별도기준 160억원을 상회한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다. 앤씨앤은 별도기준 부채비율도 80.9%로 양호한 수준이다.
자회사 지원여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부담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2년 연속 자본총계(자기자본) 대비 50%를 초과하는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발생하며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올해도 같은 사유가 발생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상반기에만 자기자본 대비 141.8% 수준인 135억원의 법차손을 기록했다. 본업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유현금으로 자회사에 실탄을 지원할 명분을 만들기는 어려웠던 셈이다.
앤씨앤은 다른 종속회사인 앤씨비아이티(NCBIT)의 투자유치와 경영권 양도를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앤씨비아이티에 100억원 투자를 유치해 연결 대상에서 제외할 경우 앤씨앤의 자본 및 손익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더라도 앤씨앤의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상증자 후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현재 39.6%에서 26.1%로 13.5%포인트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측은 단기간 내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넥스트칩은 이번 유상증자와는 별개로 전략적 투자자(SI) 유치를 또 다른 생존 카드로 추진 중이다. 회사는 중장기적 재무 개선을 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국내 우량 기업들과 실시간으로 투자 유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씨앤 관계자는 "넥스트칩 유상증자로 자본이 늘어나고 앤씨비아이티 매각까지 이뤄진다면 법차손 비율은 50%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SI 유치와 구주 매각은 고려 사항이지만 구체적인 답변은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