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강화를 위해 듀레이션 갭 규제를 도입한다. 보험사 건전성에 대한 금리변동의 영향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려는 조치다. 간접적으로만 규제되는 현행 관리 수준으로는 금리의 추세적 변동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당국은 2027년부터 경영실태평가 중 금리리스크 평가항목으로 해당 지표를 추가하고 일정 범위 이상 벌어지면 금리리스크 평가에서 4등급(취약) 이하를 부여할 계획이다. 경영 공시 항목에도 듀레이션 갭을 포함해 시장규율 및 감시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금융당국이 제시한 일관된 기준으로 지표를 산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관리 수준을 파악하고 현황별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갭 축소가 필요한 곳은 장기채와 선도거래를 확대하고 공동재보험을 출재하는 등의 방식으로 매칭률을 끌어올리는 중이다.
◇듀레이션 관리 나선 금융당국…금리변동 영향 완화 목적 보험사 건전성에 대한 금리변동의 영향을 근본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듀레이션 갭 규제가 도입된다. 시장금리 하락이 보험사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보험사들의 자산·부채 관리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돼 왔다.
현재 듀레이션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는 없다. 국내에선 금리리스크 요인으로 지급여력비율 산정 시 반영되는 등 간접적으로만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규제 수준으로는 금리의 추세적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듀레이션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듀레이션 및 듀레이션 갭에 대한 정의를 도입하고 2027년부터 경영실태평가 중 금리리스크 평가항목으로 듀레이션 갭 지표를 추가한다. 갭이 일정범위 이상인 경우 금리리스크 평가 등급이 4등급 이하가 되도록 하는 등 강화된 기준을 설정할 계획이다.
시장 감시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경영 공시 항목에도 듀레이션과 듀레이션 갭을 추가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회사별 자체 기준으로 산출하던 듀레이션 갭의 비교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관된 기준을 제시했다. 보험사들은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부터 듀레이션 갭을 산출하고 있다.
금감원 보험감독국 관계자는 "그간 보험사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듀레이션을 산출한 경우가 있어 K-ICS(킥스)의 금리리스크 산출 기준을 활용해 듀레이션도 일관성 있게 산출하도록 했다"며 "내년 3월부터는 회사의 경영 공시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국 제시 기준 산출 시작…각 사, 현황별 ALM 강화 방안 마련 듀레이션 공시와 규제는 각 2026년, 2027년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보험사별 듀레이션 갭 실태점검 및 밀착 관리는 이미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6·9월 말 기준 듀레이션 갭 현황과 관리 행태를 점검하고 듀레이션 갭 악화 회사 등 취약 사에 대해 경영진 면담, 개선계획 징구 등을 실시할 예정이다.
대형사들은 이미 듀레이션 매칭률이 높아 관리가 시급하진 않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올해 3분기 말 듀레이션 갭은 삼성생명 -1.2년, 교보생명 0.33년, 한화생명 -0.16년, NH농협생명 0.76년 등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손해보험사 역시 삼성화재(자체 기준) 0.4년, DB손보 -0.2년, 메리츠화재 0.29년, KB손보 -0.19년 등으로 우수했다.
일부 보험사는 듀레이션 갭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해상의 경우 포트폴리오 특성상 듀레이션 갭이 소폭 벌어진 상태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듀레이션 갭은 -1.7년으로 대형사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회사의 관리 정책을 통해 직전 분기 -2.6년보다는 유의미하게 갭을 줄였다.
보험사들은 규제 도입 등에 앞서 각자 관리 현황에 따라 대응에 나서고 있다. 관리 현황이 준수하고 규제 대응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는 회사들은 듀레이션 갭 모니터링 수위를 높이고 ALM 관리를 고도화하는 방식으로 대응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관리가 필요한 회사들은 듀레이션 갭 한도를 설정하고 장기채와 선도거래를 확대하며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 축소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채권선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미래에 채권을 매수할 것이라고 약정하는 장외파생금융상품으로 낮은 비용으로 장기채 매입효과가 발생한다.
ALM 관리 강화 및 자본 효율화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공동재보험의 활용도 늘었다. 최근 현대해상은 글로벌 재보험사 RGA와 30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맺었다. 앞서 동양생명은 RGA와 지난해 6월과 9월 2차례에 걸쳐 3500억원 규모의 공동재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공동재보험은 위험보험료만 재보험사에 출재해 보험 리스크만 이전하는 재보험과 달리 위험보험료뿐 아니라 저축 및 부가보험료까지 재보험사에 출재해 금리 및 해지 리스크 등도 재보험사에 함께 이전하는 방식을 말한다. 부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어 듀레이션 갭 축소 수단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