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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현금흐름 '정체' 현대오토에버, 유동성 방어 나섰다

투자 집행 속도 조절, 영업활동 현금흐름 회복 '관건'

김정훈 기자  2026-01-12 13:58:10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현대오토에버는 영업활동현금흐름 정체 국면에서 투자 집행 속도를 조절하며 현금 유출을 관리하고 있다. 매출채권 등 일부 운전자본 지표는 개선된 모습이지만 영업 과정에서 실제로 유입되는 현금 흐름에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외형 성장에도 불구하고 영업현금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 시점 현대오토에버의 유동성은 확대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며 추가 악화를 막는 관리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 감소에도 현금 유입은 제한

영업 과정에서 현금이 빠르게 풀리는 흐름은 확인되지 않는다. 매출채권은 2024년 말 1조98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8835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같은 기간 미청구공사는 1067억원에서 1706억원으로 늘었다. 이미 수행한 공사 가운데 아직 청구되지 않은 금액이 증가하면서 채권 감소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한 것이다.

장부상 채권 규모는 줄었지만 현금 유입 시점이 앞당겨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청구공사는 프로젝트 종료나 단계별 검수 이후에야 청구와 정산이 이뤄지는 구조다. 현금화까지 일정 시차가 불가피하다. 재고자산도 348만원에서 260만원으로 감소했지만 절대 규모가 작아 현금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운전자본 지표만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을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금흐름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확인된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293억원으로 전년 동기 2383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매출과 이익이 늘었음에도 영업현금이 정체된 것은 프로젝트 기반 사업 특성상 매출 인식과 현금 유입 시점 사이에 구조적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투자 집행 속도 조절로 현금 유출 관리

현금 보유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4년 말 3825억원에서 2025년 3분기 말 1814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단기금융상품은 같은 기간 4100억원에서 5236억원으로 늘었다. 단기금융상품은 만기가 짧아 필요 시 현금화가 가능하지만 현금 보유 자체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이를 감안하면 현금 감소만으로 단기 유동성이 악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는 유동성이 개선됐다는 의미도 아니다. 현금 유출 속도를 통제하며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에 가깝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800억원대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마이너스 3455억원 대비 유출 폭은 줄었다. 투자를 확대해 유동성을 강화했다기보다 기존 투자 계획의 집행 시점을 조정해 현금 유출 속도를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유형자산 투자는 기계장치와 공기구 비품 등 운영과 개발 인프라 보강 수준에 머물렀다. 대규모 설비 확장 국면은 아니다.

무형자산 역시 급격한 변화는 없다. 개발비와 소프트웨어 취득이 이어졌지만 취득과 상각이 균형을 이뤘다. 무형자산 잔여 상각기간은 대부분 3년에서 6년 수준으로 특정 시점에 상각 부담이 집중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이 같은 흐름을 종합하면 현대오토에버의 유동성은 성장을 뒷받침하는 단계라기보다 영업현금 정체 국면에서 추가 악화를 막고 있는 상태에 가깝다. 매출의 상당 부분은 현대차와 기아 등 특수관계자 거래에서 발생하지만 내부거래 역시 프로젝트 단위 검수와 단계별 정산 구조를 따르기 때문에 현금 유입 시점이 특별히 앞당겨지지는 않는다.

향후 관건은 영업활동현금흐름 구조의 변화다. 차량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 등 비설비 중심 사업 비중은 확대되고 있다. 다만 개발비 증가와 프로젝트 구조 변화는 단기적으로 현금 유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기 유동성 리스크는 제한적이지만 영업현금 정체가 장기화될 경우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현 시점 현대오토에버의 유동성은 늘고 있지도 무너지고 있지도 않다. 채권 감소에도 현금 유입이 제한된 가운데 투자 집행 속도 조절로 하방을 막고 있는 방어 국면이라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오토에버는 영업현금 정체 국면에서 투자 집행 속도를 조절하며 현금 유출을 관리하고 있다”며 “프로젝트 매출이 반복형 서비스 수익으로 전환돼 영업현금 유입 구조가 바뀔 수 있을지가 향후 재무 전략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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