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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이랜드월드 2400억 삼킨 화재, 보험금으로 '전화위복'하나

재산보험 보상 규모 최대 3820억원…190%대 부채비율 되돌릴듯

정명섭 기자  2026-01-28 16:10:24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이랜드월드가 작년 말 물류센터 화재로 24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으나 이를 크게 상회하는 보험금을 수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보험금 유입이 단기 차입 부담을 완화하는 재무 개선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재산보험 덕 화재손실액 상회하는 현금 유입 기대

2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월드는 작년 11월 충남 천안 패션물류센터 화재로 2400억원 규모의 장부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재고자산 손실이 1500억~1700억원, 건물 손실이 667억원이다.

시장의 다음 관심사는 화재 손실이 재무에 미칠 영향이다. 장부상 손실이 2025년 연말 결산에 반영될 경우 이랜드월드의 부채비율은 190% 안팎까지 높아질 수 있다. 신용등급 하향 기준으로 거론되는 200%에 근접한 수준이다. 작년 3분기 말 부채비율은 175.7%였다.


다만 이번 화재의 재무적 영향을 손실로만 한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랜드월드가 가입한 재산종합보험의 보상 규모가 장부상 손실액을 크게 상회하기 때문이다. 이랜드월드는 해당 물류센터에 대해 재고 1870억원, 건물 1948억원 등 총 3820억원 규모의 재산종합보험에 가입해 둔 상태다. 업계에선 손해 사정 결과에 따라 이랜드월드가 3000억원대 중반 수준의 현금을 수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보험금 유입시 화재로 반영된 자산 손실이 현금성 자산으로 전환되면서 일시적으로 높아졌던 부채비율도 다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금 유입 시점과 재건 비용 투입의 시차는 단기 재무 상태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랜드월드는 화재로 인한 물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유휴 물류센터 1곳과 신규 임차 센터 2곳을 긴급 확보했다. 이랜드 특유의 '2일-5일 생산체계'를 가동하고 300억원 규모의 재고자산 긴급 투자를 단행해 작년 4분기 성수기 판매 실기를 최소화했다. 2일-5일 생산이란 국내에서 2일간 소량 생산해 시장 반응을 살핀 후 5일 이내에 해외 생산 기지에서 대량 생산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랜드월드 측은 이번 화재가 "전체 매출 및 영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어스타운 등 매각으로 현금 추가 확보 전망...재무개선에 투입될듯

이랜드월드는 화재라는 변수와 별개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구책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이사회를 열어 슈즈 편집숍 브랜드인 '폴더' 사업부를 ABC마트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이다. 폴더의 브랜드권, 전국 34개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권, 보유 재고자산 등이 자산 양수도 목록에 포함됐다. 매각 규모 및 딜클로징 시기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랜드월드는 이번 매각이 브랜드별 성장 단계에 따른 전략적 자원 배치 차원이라며 향후 스파오와 뉴발란스 등 자체 브랜드 중심의 사업 구조 고도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월드는 올해 국내 리조트인 베어스타운과 중국 호텔 등의 매각도 계획하고 있어 현금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강남 상가와 호텔 등 비핵심 부동산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해왔지만 고금리, 건설 경기 부진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인해 매각 작업이 지연됐다.

마곡 R&D센터와 중국 물류센터 건립 등 굵직한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점도 현금흐름 개선 요인이다. 이랜드월드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CAPEX로 3000억원 이상을 투입해왔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연 1700억원 내외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랜드월드는 이번 매각 대금과 향후 유입될 현금을 차입금 상환 및 재무구조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랜드월드의 작년 3분기 누계 기준 연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한 3조9843억원, 영업이익은 31.7% 증가한 2024억원이었다. 본업인 패션과 미래부문(외식 등)에서 뚜렷한 실적 개선세를 보인 덕분이다.

그러나 당기순손실은 653억원이었다. 차입금 증가와 고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비용 2291억원이 발생한 영향이다. 패션·외식 사업의 호조로 돈을 잘 벌고도 은행 이자를 갚느라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이랜드월드의 작년 3분기 말 순차입금은 4조5686억원이었다. 2024년 말 대비 3.8%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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