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폐지 기준 강화로 소규모로 공모에 나서려는 기업공개(IPO) 준비 기업들의 상장 길이 좁아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서 일부 소형 공모주의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전해지면서 IPO 업계에서도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에 대한 상장에 대해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좀비 상장사 퇴출 압박에 소형 공모주 위축 우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시가총액이 높지 않은 상태로 상장한 기업들의 IPO후 주가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이 기업들의 주가 부진이 이어질 경우 자칫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주로 스팩합병 방식을 택한 기업들의 경우 상장 시점 시가총액이 높지 않게 형성된 사례가 많다"며 "이 기업들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 코스닥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가총액이 200억원 이상이 돼야 한다. 현재 코스닥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은 150억원이다. 여기에 더해 내년 1월부터는 이 기준을 시가총액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은 이를 위해 이달 중 거래소 상장규정을 개정할 예정이다. 또 동전주(주가 1000원 미만) 상장폐지 요건도 신설한다.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소형 공모주에 대한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가 보다 까다로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모습이다. 실제 연초부터 이날까지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의 숫자는 16건으로 △2023년 27건 △2024년 35건 △2025년 19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소형 공모주를 포함한 발행사들에 대한 예비심사 사전협의가 더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며 IB업계 일각에서는 극단적으로는 한국거래소가 시총이 일정 규모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한 예비심사를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단 이에 대해서는 IB업계 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IB업계 다른 관계자는 "상폐 기준이 강화되는 만큼 소형 공모주의 상장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하는 상황은 맞다"면서도 "아직까지 시총이 낮아서 사전협의가 불발되거나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소형사 IPO 타격 받을 듯
소형 공모주의 IPO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면 일반 상장보다는 스팩합병 상장 시장에 타격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시장에서는 대형 스팩보다는 100억원대 금액은 공모해 상장한 스팩들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다. 보통 100억원 규모를 확보하기 위해 스팩합병 상장에 나서는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1000억원 안팎 혹은 미만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상장한 기업 중 당장 하반기부터 적용되는 상장폐지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내년부터 적용될 300억원을 기준으로 살피면 바이오포트가 상폐 가시권에 든다. 바이오포트의 이날 시가총액은 263억원으로 나타났다. 애드포러스·뉴키즈온·오아·케이지에이는 300억원대 시총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언급된 다섯 곳의 기업은 모두 상장 스팩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코스닥에 데뷔했다.
물론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들도 스팩합병 상장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형 증권사들의 주요 무대는 일반 상장이다. 전체 실적에서 스팩합병보다 일반 상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이를테면 지난해 기업공개(IPO) 실적 1위를 기록한 KB증권은 총 11건의 일반 상장(스팩 제외)을 성사시킨 가운데 2건의 스팩합병 상장을 마무리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들은 스팩합병 상장 역시 일반상장 못지 않게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경우가 많다. DB증권은 지난해 총 두 건의 IPO(스팩 제외)를 진행했는데, 이중 한 건이 스팩합병 상장건이었다. IBK증권은 이전상장을 제외하고는 두 건의 IPO를 맡았는데, 모두 스팩합병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이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스팩합병 상장 한 건의 IPO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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