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제공기업(MSP) 베스핀글로벌이 작년 자매회사 격인 베스핀글로벌 싱가포르 법인에 232억원의 장기대여금을 지급했다. 타법인에 장기대여금을 제공한 건 6년 만이다. 동남아시아와 중동 지역에서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이란 게 회사 측 입장이다.
다만 본업의 기초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이 우려를 산다. 작년 영업이익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보유 현금 대신 외부 차입금으로 자매회사를 도왔다. 빚이 늘어 '부분 자본잠식'까지 빠졌다. 부채비율이 6600%를 넘어섰다.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재무건전성마저 약화한 상황이다.
◇최상위 지배기업 동일한 싱가포르 법인, 동남아·중동 경쟁력 강화 목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작년 연결 기준 베스핀글로벌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은 326억원이다. 100억원이었던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장기대여금의 증가'가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 확대를 이끈 가장 큰 요인이다. 작년 해당 항목으로 빠져나간 유동성은 연결 기준 232억원이다. 2019년 이후 처음 발생한 현금유출이다.
이 장기대여금은 베스핀글로벌 싱가포르 법인으로 흘러 들어갔다. 싱가포르 법인은 베스핀글로벌의 자매회사다. 두 법인 모두 베스핀글로벌의 최대주주(99.99%)인 '뉴베리글로벌'을 최상위 지배기업으로 두고 있다.
홍콩 기업 등록국에 따르면 작년 10월 기준 뉴베리글로벌의 최대주주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주 이노베이션(Joo Innovation Inc.)'으로 전체 지분의 33.51%(8500만주)를 갖고 있다. 주 이노베이션은 실질적인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페이퍼컴퍼니다. 조세 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특성상 이 법인은 지배구조를 의무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없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창업자와 그의 아버지 이해민 전 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가 해당 법인의 실질적인 주인으로 추정된다. 이 창업자는 뉴베리글로벌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현재 물러난 상태로 알려졌다.
2019년 세워진 싱가포르 법인은 베스핀글로벌의 동남아시아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맡고 있다. 구체적으로 클라우드 관리 사업을 주력으로 대형 엔터프라이즈 기업과 계약을 맺는 데 집중하고 있다.
베스핀글로벌이 23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일지배하의 기업에 빌려준 건 글로벌 사업 무대 확대를 위한 목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싱가포르 법인은 동남아뿐만 아니라 중동으로의 확장을 고려 중"이라며 "'베스핀글로벌 중동 합작법인' 지분의 35%를 싱가포르 법인이 갖고 있고 나머지 65%는 아랍에미레이트 통신 그룹 'e&' 산하의 'e& 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분 자본잠식' 상태 돌입, 순차입금 의존도 1%→400% '급등' 정작 베스핀글로벌의 기초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진 싱가포르 법인 지원이란 점이 부담이다.
베스핀글로벌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5429억원으로 전년(4637억원) 대비 17.08% 늘었다. 하지만 2024년 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작년 3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88억원 흑자에서 38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원가로 분류되는 '외주 및 상품매입액'이 2024년 3892억원에서 작년 4697억원으로 20.67% 급증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작년 마이너스(-)5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99억원) 대비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본업을 통해 회사로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다. 자체 사업을 통해 현금을 쌓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이런 가운데 베스핀글로벌은 자매회사를 향한 232억원의 장기대여금을 외부 차입을 통해 끌어왔다. 지난해 단기차입금과 장기차입금 조달로 발생한 현금유입액은 각각 189억원, 33억원이다. 총 222억원 규모의 외부 조달 자금은 장기대여금 지급을 비롯해 기존 차입금 상환(29억원) 등에 쓰였다.
빌린 돈을 곧바로 대여금 형태로 유출되면서 작년 말 가용 현금 규모는 전년 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기준 베스핀글로벌의 연결 현금성자산은 246억원으로 2024년 말(253억원)과 유사하다.
이에 따라 순차입금 의존도가 급증했다. 2024년 말 1.19%에 불과했던 순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말 398.7%까지 늘었다. 경영상 자금 가용 이벤트나 채권단 상환 압박이 발생할 경우 자체적으로 대응할 기초체력이 그만큼 떨어지는 상태다.
유동성은 그대로인 가운데 차입금은 늘어나면서 다른 재무건전성 지표도 크게 약화했다. 베스핀글로벌의 작년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6691.26%로 3440.36%였던 전년 말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통상 동종업계의 적정 부채비율은 200% 이하로 본다. 결손금 누적으로 작년 말 자본총계(28억원)가 자본금(37억원)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