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2003년 카드대란의 산물인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섰다. 정치권의 '약탈 금융' 지적에 카드사들이 장기연체채권 전액 매각을 발표하면서다. 이면에는 캠코의 물밑 작업과 추심 업계의 생존권 반발, 금융사들의 포용 및 상생금융 전략이 깔려 있다. 카드업권의 연체채권 매각 배경과 캠코에 미칠 재무적 영향, 대부업권으로 번질 파장을 짚어 본다.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의 청산이 가시화되면서 금융당국의 부실채권 정리 대상이 대부업권으로 확대된다. 당국은 상록수 보유 물량의 6배에 달하는 약 5조원 규모의 대부업권 장기 연체 채권을 새도약기금 체계로 흡수해 포용금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채권 매입 가격 산정과 인센티브의 실효성을 둘러싼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이번 정책 영향권은 업태별로 갈릴 전망입니다. 이미 부실채권을 정리한 금전대부업체와 달리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채권을 사들인 매입채권 추심업체(NPL업체)가 직접적인 타깃이 될 전망이다. 당국은 새도약기금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해 1금융권 차입에 있어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부업권 부실채권 규모, 상록수 6배…메인 타깃은 NPL사 금융당국이 파악한 대부업권의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 채권 규모는 약 4조9000억원이다. 주요 은행과 카드사가 출자해 설립한 민간 배드뱅크 상록수가 보유한 8450억원의 약 6배에 달하는 수치다. 전체 새도약기금 매입 대상 채권인 16조4000억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물량이다.
금융위원회는 상록수 보유 채권 정리와 동시에 유동화회사 형태로 장기 연체 채권을 보유한 업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특히 새도약기금 협약 가입률이 낮은 대부업권과 추심업권을 대상으로 압박과 설득을 본격화하고 있다. 취약계층의 재기 지원을 위해 캠코의 채권 매입 시스템을 민간 영역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금융당국이 지목한 대부업권 내 최우선 타깃은 부실채권을 전문적으로 사들여 수익을 내는 매입채권 추심업체(NPL업체)이다. 대부업은 크게 금전대부, 매입채권 추심, 대부중개로 나뉘는데 이 중 저축은행이나 타 대부업체의 부실채권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곳은 NPL사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력이 짧은 신생 NPL사에 미칠 영향이 가장 클 전망이다. 대형 NPL사들은 과거에 저가로 매입한 채권부터 최근 채권까지 포트폴리오가 다양해 완급 조절이 가능하지만 최근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사정이 다르다.
한 중견 대부업체 대표는 "신생 업체들은 최근 원금의 20~30%를 주고 사온 채권들이 자산의 대부분"이라며 "이를 캠코가 제시하는 5% 가격에 일괄 매각하면 곧바로 15~25%의 손실이 발생해 도산 위기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대부업 쩐주' 낙인에 인센티브 실효성 의문 반면 직접 대출을 실행하는 금전대부업체들은 이번 매각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주요 금전대부업체들은 이미 건전성 관리와 자금 유동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던 부실채권을 NPL사에 진성매각으로 털어낸 상태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융위가 새도약기금 참여를 독려하더라도 매각할 장기 연체 채권 자체가 없는 금전대부업체들은 영향이 미미하다. 반면 이들로부터 채권을 넘겨받아 보유 중인 매입채권 추심업체들이 정부 정책과 생존권 사이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 형국이다.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새도약기금이 대부업권 전체보다는 NPL업체 등 매입채권 추심업권에 미칠 여파가 큰 상황이다.
참여 유인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역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당국은 새도약기금 참여 우수 업체에 은행권 차입 기회를 열어주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것이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 '대부업 쩐주'라는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대출해줄 이유가 없다"며 "실제로 작년 국감에서도 우리은행이 같은 이유로 지적받은 사례가 있어 인센티브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업계는 대안으로 은행의 대부업 대출을 서민금융 지원 실적(KPI)으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출을 해준 은행에 명분을 주자는 취지다. 다만 금융당국이 미온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