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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감독이 되다”…임지환 슈퍼브AI CFO의 큰 그림

IB·베인·야놀자 거쳐…슈퍼브 플랫폼 등 앞세워 피지컬AI 정조준

윤준영 기자  2026-05-18 08:15:21
임지환 슈퍼브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어린 시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열렬한 팬이었다. 인셉션, 다크나이트, 테넷 등 물리학과 천문학을 넘나드는 촘촘한 각본과 명배우들의 연기가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에 매료되곤 했다.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녹여내는 작업은 임 CFO의 가슴을 뛰게 했다.

그랬던 임 CFO는 현재 AI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술과 사업, 그리고 자본시장을 한 데 아우르는 또 다른 의미의 '감독'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슈퍼브AI는 이 같은 임 CFO의 꿈을 실현해줄 수 있는 무대다. 빠르게 성장하는 슈퍼브AI에서 임 CFO는 차근차근 본인의 역할을 찾아내고 있다.

◇기술과 사업, 금융을 잇는다슈퍼브AI ‘재무전략감독’ 출사표

임 CFO는 어릴 적 꿈을 쫓아 놀란 감독의 모교인 영국의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에 진학했다. 그러다 그가 기술에 눈을 뜬 것은 대학 시절 우연히 만난 한 강연 덕분이었다. UCL 박사 출신 데미스 허사비스(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겸 CEO)의 다양한 딥마인드 프로젝트와 강연이 그것이다.

그는 AI가 단순한 연구 분야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산업과 사회를 구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임 CFO는 대학에서 철학과 경제학을 전공한 뒤 영국 런던의 한 부티크 자문사에서 크로스보더 M&A 자문역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그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사모펀드 그룹에서 기업가치 제고 방안과 TMT(Technology, Media, Telecom) 분야 테크 회사들의 사업 전략, 운영 방안을 컨설팅했다. 또한 싱가포르 기반 패밀리오피스를 거쳐 국내 최대 여행 플랫폼 회사인 야놀자에서 글로벌 M&A부문을 직접 이끌었다. 나아가 이제는 AI라는 거대한 물결 속으로 과감히 몸을 내던지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사이 눈에 띄었던 회사는 다름 아닌 슈퍼브AI였다. 지피티(GPT) 이후의 AI 흐름을 보면서 다음 단계는 결국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작동하게 만드는 비전AI와 피지컬AI의 세계가 올 것으로 확신했다. 마침 슈퍼브AI는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제 막 사업개발을 거쳐 현금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단계의 회사였다. 임 CFO는 IB와 컨설팅, 투자, 사업개발까지 모든 커리어를 꽃 피울 수 있는 최적의 회사라고 생각했고, 과감히 슈퍼브AI의 CFO에 도전하게 됐다.

임 CFO는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에 끌렸던 것도 하나의 메시지를 스토리로 설계하고, 사람과 자원을 조율해 완성도 있는 결과물로 세상과 소통하는 측면 때문이었다"며 "기술이 사업이 되고 그 사업이 다시 자본시장과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에 큰 흥미를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산업현장에서 직접 모은 데이터로 피지컬AI 도약 잰걸음

슈퍼브AI는 2018년 듀크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 박사과정 중이던 김현수 대표가 네 명의 공동창업자들과 함께 창업한 비전 AI 올인원 솔루션 회사다. 한국 출신 AI 전문 스타트업으로서는 최초로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ator)에 선발되며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창업 7년 차에 600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누적 투자금액도 모았다.

슈퍼브AI의 사업분야는 프로덕트(제품)와 서비스라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나뉜다. 이는 임 CFO가 회사에 합류한 이후 김현수 대표와 상의 끝에 새롭게 재편한 구조다. 프로덕트 부문은 '슈퍼브 플랫폼'으로 불리는 MLOps 플랫폼과 Applied AI 솔루션(어플라이드 AI 솔루션)이 포함된다.

슈퍼브 플랫폼은 데이터라벨링부터 모델 학습, 배포에 이르는 AI 전 과정을 아우르는 통합 플랫폼으로 온프레미스(내부구축형)와 클라우드 형태로 모두 공급된다. 어플라이드 AI 솔루션이란 산업 현장 내 안전 관제, 공정 분석 등과 같이 실제 기업들이 처한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역할을 한다. 2025년 론칭한 슈퍼브 비디오 애널리틱스가 대표적이다.

두번째 축은 고객 맞춤형 데이터 서비스와 비전AI, 로보틱스 등을 아우르는 Applied AI 서비스(어플라이드 AI 서비스) 분야다. 현재 국가대표 선발을 진행 중인 정부의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도 이 일환이다. 한편 별도의 학습 없이 텍스트나 이미지 프롬프트만으로 객체를 즉시 탐지하는 자체 비전 파운데이션 모델 ZERO(제로) 역시 모든 프로덕트의 기반 엔진으로 작동한다.

이 가운데 슈퍼브AI의 특장점은 영상 관련, 즉 '비전AI'에 있다. 슈퍼브AI는 창업 초기부터 SK텔레콤,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의 AI 연구 조직에 데이터 라벨링 및 큐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며 산업 현장에 특화된 다양한 영상 데이터 자산을 함께 구축해왔다. 단순 라벨링 용역이 아니라, AI 개발의 첫 단계인 데이터 구축을 자동화하는 플랫폼 사업으로 출발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2027년 IPO 위해 만반의 준비

슈퍼브AI는 올 한 해 기업공개 준비라는 거대한 과제를 앞두고 있다. 이로 인해 임 CFO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 슈퍼브AI는 작년 IPO를 위한 지정감사를 마치고 2027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관련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작년 기준 슈퍼브AI는 영업수익 약 60억원, 영업손실 약 85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약 200억원이지만 이 가운데 100억원 가량은 슈퍼브AI의 기업가치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하게 된 비현금성 회계적 손실이었다.

통상 스타트업들은 유지하기가 편리한 K-GAAP(일반기업회계기준)을 활용하는데 상장을 앞둔 상황에서는 반드시 K-IFRS(국제회계기준)을 따라야 한다. 이 때 K-GAAP 기준으로는 전환우선주(CPS)를 자본으로 분류하지만, K-IFRS는 이를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부채로 분류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평가손실로 인식된다. 실제 현금 유출은 없지만 회계적 손실에 해당하는 셈이다.

지정감사를 마친 슈퍼브AI는 앞으로 한국거래소 심사를 거쳐 국내 코스닥 시장에 데뷔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임 CFO가 그간 꿈꿔왔던 '큰 그림'이 발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이 사업 모델을 만나 다시 자본시장과의 접점으로 뻗어나가는 구조를 슈퍼브AI에서 펼쳐나간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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