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철 신임 여신금융협회장(
사진) 취임과 동시에 그간 멈춰 있던 협회 내부 시계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차기 수장 인선이 8개월간 지연되면서 전임 정완규 회장 체제 하에 사실상 동결됐던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회장후보추천위원회 단독 후보 추천으로 강력한 그립력을 확보한 이 회장이 지주 전략통 특유의 속도감 있는 업무 스타일을 앞세워 밀린 인재 배치와 조직 개편을 조기에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신임 수장으로서 신속히 풀어내야 할 지배구조 난제도 산적해 있다. 전임 회장이 밑작업을 해 둔 신기술금융사 몫 이사석 2석 추가 안건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사사 선정 기준을 정하기 위한 추가 조율 작업도 남아 있다. 회원사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이 회장의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8개월 동결된 내부 인사…조기 조직개편·인사 가능성 거론 실제 전임 정 회장의 공식 임기는 지난해 10월 5일로 끝났다. 하지만 차기 회장 인선이 해를 넘겨 지연되면서 8개월 가량 협회 내부 인사는 사실상 동결 상태였다. 정 전 회장은 차기 회장의 경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부 조사역급의 소폭 승진 인사를 제외하고는 대규모 인사와 조직개편을 자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실시한 조직개편 역시 원포인트 성격이 컸다. 급성장하는 신기술금융사 업권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의 개편이었다. 당시 협회는 기존 금융본부 산하 신기술금융부를 본부로 격상시켜 지원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협회 내에 신기사만을 위한 별도의 독립 본부가 생긴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조윤서 지원본부장이 자리를 옮겨 올해부터 신기술금융본부장 조율을 맡고 있다.
다만 이러한 조직개편 역시 협회 지배구조 이슈 대응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평가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임기 만료 이후 직무대행 신분으로 지내면서 후임 회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직개편을 최소화해온 측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협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주 시절부터 업무 처리가 굵고 빠른 스타일로 유명했다"며 "회추위에서 단독 후보로 추천되며 확실한 중량감을 확보하고 등판한 만큼 그간 밀렸던 조직 개편과 적재적소 인재 배치를 조기에 단행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전임 회장이 넘긴 바통…여신협 지배구조 개편 과제 이 회장이 전임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아 신속히 마무리해야 할 최대 내부 현안은 이사회 지배구조 정비다. 정 전 회장은 임기 만료 후에도 신기사 업권의 오랜 요구였던 이사회 참석 확대 과제를 매듭짓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정관 변경 승인 신청을 해두는 등 후임자를 위한 밑작업을 다져놓았다.
현재 여신협회 이사회는 자산과 자본 규모에 비례해 부과되는 협회비 분담금을 기준으로 매년 회원사 중 15곳을 이사사로 선정하고 각 사 대표이사가 멤버로 활동한다. 그러나 현행 구조는 카드사 몫이 8석, 캐피탈사 몫이 7석(할부·리스 6석, 신기사 1석)으로 고정돼 있어 최근 급성장한 신기사 업권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 회장은 금융위와의 막판 협의를 완료하고 신기사 몫 이사석 2석 추가 정관 변경 허가를 최종 받아내야 하는 바통을 넘겨받았다. 이사석이 확대될 경우 선임 기준은 타 업권과 동일하게 자산 규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현재 신기사 몫인 IBK캐피탈 외에 총자산 6조1547억원 규모의 미래에셋캐피탈과 2조5523억원 규모의 키움캐피탈 등이 유력한 차기 이사사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문제는 본격적인 룰 세팅에서 발생할 이해관계 조율이다. 신기사 중에는 처음부터 자본 규모가 커 자본회비를 정식 납부해 온 회원사가 있는 반면 소규모로 시작해 연 2000만원 수준의 정액 연회비만 내온 회원사들이 섞여 있다.
정액 회비만 내왔던 신기사 중 이사진 진입을 원하는 회원사가 있다면 거액의 자본회비 차액을 납부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어떤 기준으로 신기사 이사진을 최종 구성할지, 자본회비 납부 여부라는 변수를 어떻게 조율할지는 이 회장의 정무적 역량에 달렸다.
여기에 협회는 신기사의 이사회 참여를 늘려주는 대가로 총회 의결권 구조를 현행 1사 1표에서 회비 비례 차등제로 전환하는 정관 개정도 동시에 연계해 추진 중이다. 회사 규모나 협회 납부 회비와 상관없이 모든 회원사가 동일하게 1표를 보유하는 현행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여신협 지배구조 개편의 성패는 카드와 캐피탈, 신기사로 나뉜 업권 간 역학 관계를 이 회장이 어떻게 조율해 내느냐에 달려 있다. 표면적으로 이번 선거는 KB와 우리금융이라는 양대 지주 간 대결이었지만 업계 내부적으로는 본업 규제에 가로막힌 카드업권과 급성장한 캐피탈 및 신기사 업권 간 세 대결이라는 대리전 구도도 팽팽했다. 일각에서 카드사 사장 출신인 이 회장이 등판하면 협회 운영이 다시 카드 위주로 편중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회추위가 최종 선택한 건 이 회장이 지닌 금융 전반의 전문성이었다. 이 회장은 KB금융지주에서 은행과 카드, 캐피탈, 보험을 총괄하며 축적한 거시적 시야를 어필하며 판세를 뒤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지주 전략통 시절부터 입증해 온 이 회장의 정무적 조율 역량이 여신협 이사회 재편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