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기관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기관들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GS그룹은 자본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손꼽힌다. 계열사 지분을 유동화해 투자 실탄을 마련하거나 신사업을 확보하면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방식을 활용해왔다.
GS그룹의 주요한 재무적 결정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파트너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인베스트먼트다. 2018년 시작된 두 회사의 인연은 여러 투자를 거쳐 7년째 이어지고 있다.
GS그룹과 IMM인베스트먼트가 처음 손발을 맞춘 건 2018년 GS ITM 매각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GS그룹의 시스템통합(SI) 계열사인 GS ITM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당시 거론됐다. GS ITM의 GS그룹 오너 일가 지분이 80%에 달했던 탓이다.
IMM인베스트먼트는 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함께 오너 일가들이 보유한 GS ITM 지분을 인수했다. 출자 규모는 1000억원으로 IMM인베스트먼트와 JKL파트너스가 절반씩 자금을 조달했다. 이 매각으로 GS그룹은 규제 부담을 덜게 됐다. GS ITM 대표이사는 현재 변재철 IMM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강민균 JKL파트너스 대표가 맡고 있다.
GS그룹과 IMM인베스트먼트는 3년 뒤인 2021년 더 큰 거래로 다시 만났다. GS에너지가 알짜 자회사 GS파워 지분 49%를 IMM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거래대금은 1조238억원 규모였다. GS파워는 수도권 지역 열병합발전업체로 우수한 수익성이 강점으로 꼽힌다. 올 1분기 말 별도기준으로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429억원을 기록했다.
GS에너지는 2012년 GS파워 지분 절반을 KB컨소시엄에 매각한 뒤 2020년 말 이를 다시 사왔다. 당시 GS에너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유정우 재무부문장(상무)이었다. 유 상무 주도 하에 재무적투자자(FI)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IMM인베스트먼트가 선택을 받은 셈이다. 당시 IMM인베스트먼트는 조단위 투자금을 발빠르게 마련하면서 GS그룹의 신뢰에 부응했다.
그래픽 생성: 클로드
2021년에는 GS그룹이 인수 측에서 IMM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았다. 보톨리눔 톡신 기업 휴젤 인수에 함께 나섰다. ㈜GS는 IMM인베스트먼트, 싱가포르 CBC그룹, 아랍에미리트 국부펀드 무바달라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휴젤 지분 약 46.9%를 1조72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GS CFO는 재무팀장을 맡았던 김석환 사장이었다.
GS그룹은 휴젤 인수를 통해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휴젤 투자에서 IMM인베스트먼트와 협력한 이유로는 기존 신뢰 관계에 더해 헬스케어 투자 성공 경험이 있다는 점이 거론됐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셀트리온헬스케어 투자로 대규모 수익을 냈다.
작년 말에는 GS그룹과 IMM인베스트먼트의 사례가 추가됐다. SK이노베이션이 GS에너지와 공동 설립·운영하던 보령LNG터미널 지분을 IMM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에게 팔았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지분 50% 중 49.9%는 IMM인베스트먼트와 KB자산운용에게, 0.1%는 GS에너지에 매각하면서 GS에너지가 보령LNG터미널 최대주주에 올랐다.
투자업계에서는 합작 구조상 GS에너지가 SK이노베이션의 보령LNG터미널 인수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의 보유 지분 매각이 GS에너지 입장에서 보면 장기 동행 파트너를 고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GS에너지 CFO는 보령LNG터미널의 감사이기도 한 손석철 GS에너지 기획재무부문장 파악된다. GS에너지 CFO가 바뀌는 동안에도 IMM인베스트먼트와 신뢰 관계는 변하지 않은 셈이다. 향후 GS그룹의 주요 거래에서도 재무 파트너로 IMM인베스트먼트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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