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고재무관리자(CFO)에게 금융기관은 자금 조달을 위해 상대해야 하는 대상이다. 한 기업에서 CFO가 바뀌면 금융기관들과의 관계도 바뀔 수 있다. 각 CFO별로 처한 재무 환경이 다르고, 조달 전략과 가치관도 다르기 때문이다. 더벨은 기업의 조달 선봉장인 CFO와 금융기관과의 관계를 취재했다. 나아가 CFO에서 시야를 기업으로 넓혀 기업과 금융기관의 관계를 집중 조명한다.
범GS가인 코스모그룹은 과거 재무구조 위기 때부터 최근 이차전지 설비 투자(CAPEX) 확대 시기까지 사모펀드(PEF)를 핵심 자금줄로 적극 활용해왔다. 무리한 사업 확장과 주력 계열사 적자 누적으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을 때도 PE로부터 770억원을 유치하며 기사회생했고 최근 신사업 투자 실탄을 장전하는 과정에서도 PE와 손을 맞잡았다.
코스모그룹이 흔들릴 때마다 등장하는 파트너가 PEF 운용사 SG프라이빗에쿼티(이하 SG PE)다. 2015년 시작된 두 회사의 인연이 올 초 2800억원 투자로 10여 년째 이어지고 있다.
SG PE가 재무적 파트너(FI)로 처음 등판한 시기는 코스모그룹 자체가 흔들렸던 2015년이다. 당시 코스모그룹은 새한미디어(현 코스모신소재)를 인수하고 골프용품 유통업체 마루망코리아를 설립하는 등 신소재, 유통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차입금만 불어난 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코스모화학 역시 주력 제품의 공급 과잉과 신사업인 2차전지 소재의 업황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SG PE는 케이스톤파트너스와 함께 기업구조혁신펀드의 전신인 재기지원펀드를 활용해 총 770억원을 투자했다. 440억원으로 코스모앤컴퍼니 지분 100%를, 330억원으로 코스모화학 지분 33.89%를 매입하는 바이아웃 딜이었다. 4년 뒤 실적 반등에 성공해 기존 대주주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에게 재매각했다.
코스모그룹을 품은 SG PE가 가장 먼저 단행한 건 부실 계열사와 비핵심 자산 정리다. 코스모화학의 인천 공장 부지와 본사 사옥, 비핵심 계열사 지분을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것이 일례다. 인천 공장 부지는 매각 후 캠코의 세일앤리스백 프로그램을 활용해 계속 운영했다. 세일앤리스백은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자산을 캠코가 매입한 뒤 재임대하는 방식의 유동성 지원 제도다.
이와 함께 차입금을 상환하고 계열사 간 채무관계를 해소해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마진율 낮은 제품 생산을 줄이고 수익성 높은 제품에 집중했다. 그 결과 투자 당시 300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냈던 코스모화학은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SG PE는 2019년 두 회사에서 모두 엑시트하며 내부수익률(IRR) 20.79%를 달성했다.
코스모그룹과 SG PE는 6년 뒤인 2025년 더 큰 거래로 다시 손을 맞잡았다. 시총 1조 원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코스모신소재는 코스모그룹 편입 후 기록미디어사업자에서 2차전지 소재업체로 탈바꿈했지만, 지난해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수주 물량이 줄며 양극재 부문 실적이 급감했다. 업황 악화가 길어질 것에 대비해 충분한 운용 자금을 확보하려는 코스모앤컴퍼니가 다시 SG PE를 파트너로 택했다.
이번 펀딩은 1년이나 걸릴 만큼 쉽지 않았다. 전기차 캐즘으로 기관투자자(LP)와 공동 투자자 모두 출자를 꺼렸기 때문이다. SG PE는 코스모신소재·코스모화학 지분과 그룹 소유 부동산 등 우량 자산을 담보로 잡아 손실 위험을 차단함으로써 투자자들을 설득했고, 결국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를 공동 투자자로 확보해 올 초 2800억원 투자를 완료했다. 코스모신소재가 발행하는 1200억원 규모 CB를 인수하고 코스모앤컴퍼니에 1528억원을 투입해 재무구조 개선과 실적 턴어라운드의 마중물을 제공했다.
코스모신소재는 이차전지 소재 외에 안정적 현금흐름을 보이는 이형필름 사업에 집중해 실적을 끌어올리는 한편, 전기차 수요가 회복되면 이차전지 소재 성장성도 극대화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코스모앤컴퍼니 CFO 역할은 강선구 대표가 수행하고 있다. 서울대 농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LG그룹 계열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허경수 회장이 GS그룹에서 독립한 초기부터 코스모그룹 재무를 수십 년간 도맡은 인물이다. 2016년 코스모촉매 대표이사, 2022년 코스모그룹 비서실장 겸 코스모L&B 대표이사를 지냈고, 2025년부터 코스모앤컴퍼니 대표이사 겸 CFO로서 그룹 재무 전략과 자금 조달을 총괄하고 있다. 코스모화학·코스모신소재 비상근 사내이사로 경영자문도 제공 중이다.
SG PE에서 투자를 전담하는 이승호 구조혁신부문 부사장은 강선구 대표와 10여 년간 호흡을 맞춰왔다. 코스모그룹이 이차전지 소재(코스모신소재), 로봇(코스모로보틱스), 환경·신소재(코스모촉매) 등 신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는 만큼 두 사람의 인연도 계속될 공산이 크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