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가격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금융그룹들의 관심이 구체화되고 있다. 과거 2조원대가 거론됐던 희망 매각가가 대폭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에 신한금융지주와 한국금융지주가 인수전에 나섰다. 서로 처한 경영 여건과 인수 목적은 다르지만 롯데손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분명하다는 평가다.
최종 판단을 하는 데 인수 가격 외에도 고려할 요소가 많다. 지분 인수 외에 자본적정성을 보강할 자금이 추가로 필요할 수 있고 기존 계열사와의 조직·전산 통합 비용도 발생한다. 사업 시너지와 자본 부담을 함께 따져본 뒤 실제 입찰 참여 여부가 가려질 전망이다.
◇신한EZ손보, 적자 지속…그룹 차원 비은행 보강 필요성 확대 신한금융이 롯데손보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신한EZ손해보험의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신한EZ손보는 지난해 3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97억원의 적자를 냈다. 신한금융 편입 이후 자본 지원이 이어졌지만 그룹 손해보험 부문의 실적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과 카드, 생명보험에 비해 손해보험 계열사의 외형과 이익 기여도도 낮은 편이다. 신한금융이 롯데손보를 편입하면 장기보험 계약과 판매채널을 단기간에 확보해 신한EZ손보 중심의 취약한 사업 기반을 보완할 수 있다. 이미 은행·카드의 폭넓은 고객 접점과 생명보험사 운영 경험을 갖춘 만큼 보험 계열사가 없는 한국금융보다 롯데손보를 기존 금융 네트워크에 안착시키기 유리할 전망이다.
롯데손보 인수는 신한금융이 추진하는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계열사별 이익 창출력을 높이려면 손해보험 부문의 외형 확대가 필요하다. 기존의 소형 디지털 보험사만으로는 대형 금융그룹 간 경쟁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어렵다는 평가도 따른다.
롯데손보를 품을 경우 규모가 다른 두 회사의 조직과 판매채널, 전산 체계를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발생할 진통을 최소화하는 게 과제다. 과거 금융그룹의 보험사 합병 사례처럼 통합 비용이 장기화하면 인수로 기대한 실적 개선도 늦어질 수 있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해 신한라이프를 출범시킨 경험을 보유한 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금융, 보험 매물 전방위 검토…라이선스 확보 의지 한국금융으로선 보험사를 편입하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동시에 대규모 운용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기존 계열사와의 자산운용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증권과 자산운용,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했지만 보험사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을 가리지 않고 주요 매물을 살펴본 점도 같은 흐름이다. KDB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 등 생명보험사 거래를 검토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예별손해보험 예비입찰에도 참여했다. 예별손보에서는 계약 이전보다 지분 인수를 통한 손해보험업 라이선스 확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롯데손보는 라이선스뿐 아니라 장기보험 계약과 영업 조직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인수 직후부터 보험사업 기반을 활용할 수 있어 신규 설립보다 시장 진입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반면 기존 계약과 인력, 전산체계를 함께 승계해야 해 인수 후 관리와 자본 보강 부담은 라이선스 확보형 거래보다 클 수 있다.
한국금융은 시장에 나온 매물을 모두 살펴보되 가격과 자본 투입 조건이 맞지 않으면 다른 후보로 선회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롯데손보보다 KDB생명을 상대적으로 거래가 유력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은행이 거래 성사를 위해 유상증자 등 추가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장기 부채와 대규모 운용자산을 보유한 생명보험사가 한국금융의 자산운용 역량을 활용하기에도 더 적합하다는 기대도 있다. 보험업 진출 효과와 매도자의 지원 조건을 함께 비교해 가장 효율적인 매물을 고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