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전자는 올해만 총 8528억원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규모가 워낙 큰 만큼 외부 차입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이 회사는 당초 무차입 기조를 유지하고자 고객사에 장기공급계약(LTA)을 먼저 제안하는 등 선수금을 활용해 투자금을 최대한 충당하려 했다.
이번 투자는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와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반도체 기판 생산시설에 투입된다. FC-CSP의 경우 인프라 구축을 선행해야 해 실제 투자 집행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전날 4970억원 규모의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공시했다. FC-CSP와 FC-BGA 생산시설에 투입할 장비만 구매하는 비용으로 추정된다.
FC-CSP 장비는 지난 5월 투자를 결정한 신규 생산라인에 들어간다. 대덕전자는 당시 2130억원 규모의 FC-CSP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시한 바 있다. 시흥에 있는 기존 FC-CSP 공장 인근에 위치한 주차장 부지에 8층짜리 건물을 신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인프라 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장비 반입까지는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FC-BGA 장비도 대거 사들인다. 지난해 말 FC-BGA 사업이 손익분기점(BEP)에 도달하자마자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점에서 과감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FC-BGA는 연간 500억원대 손실을 내던 적자 사업이었다.
FC-BGA는 FC-CSP와 달리 기존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장비만 반입하면 된다. 대덕전자는 FC-BGA 생산시설을 총 4곳 보유하고 있는데 1곳만 설비가 90%가량 비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에 매입하는 장비 역시 해당 공간에 투입될 예정이다.
통상 인프라가 갖춰진 상태에서 장비 투자를 진행하면 약 6개월이 소요된다. 대덕전자는 내년 1분기 중 FC-BGA 투자를 마무리하고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반도체용 기판 라인에서 일부 생산하고 있었던 FC-BGA 물량을 (신규 장비 투입이 예정된) 공장으로 옮길 예정"이라며 "이번 투자와 함께 제품별 생산 거점을 분리해 각각 생산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덕전자 제품 라인업. (출처: 대덕전자)
이와 별도로 대덕전자는 이날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업체 뉴프렉스로부터 안산 소재 토지와 건물을 528억원에 매입했다. 구체적인 활용 방안은 공개되지 않았다.
공시된 내용 외에도 추가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덕전자는 2023년 업황 악화로 보류했던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투자를 올해 들어 다시 순차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규모는 900억원으로 알려졌다.
이를 포함하면 올해 들어 공개된 대덕전자의 투자 계획은 총 8528억원에 이른다. 투자 강도가 높아지면서 최근 2년간 낮아졌던 설비투자(CAPEX) 규모도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대덕전자의 CAPEX는 2023년 1170억원에서 2024년 596억원, 지난해 649억원으로 줄었지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1519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덕전자는 그동안 무차입 경영을 지향해왔지만 이번 대규모 투자로 외부 차입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대덕전자의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합계는 2156억원으로 자체 자금만으로 투자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다.
회사 역시 투자 계획을 공시하며 "상기 투자에 필요한 자금은 당사의 보유 자금 및 외부 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0.1%로 차입 여력은 충분하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고객사로부터 선수금을 확보해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하면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반도체기판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은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선수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대덕전자는 시설투자 자금을 조달하고자 고객사에 먼저 LTA를 제안하기도 했다"며 "이렇게 받을 선수금과 보유 자금으로 최대한 대응하려 했지만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기관 차입까지 고려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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