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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 상장이 아니라 밸류업 상장

최명용 SR본부장 겸 부국장  2026-10-08 07:53:06
아마존, 테슬라, 넷플릭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유명 회사들이다. 이들은 모두 무배당 원칙을 지키고 있다.

아마존은 1997년 5월 주당 18달러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상장시점 시가총액은 4억3800만달러, 연말 시가총액은 14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1999년엔 263억달러, 2015년엔 3183억달러, 2020년엔 1조638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닷컴 버블이 붕괴된 2000년엔 55억달러로 전년 대비 시총이 79% 하락한 적이 있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주는 무배당 원칙을 고집하고 있다.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거나 배당은 없다. 주가 폭락기인 2000년에도 아마존은 재투자를 이어갔다. 온라인 서점에서 시작해 유통시장을 장악했고 클라우드 서비스로 회사를 키웠고 알렉사를 내놨다. 그렇게 기업가치를 키워갔다.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2010년 공모가 17달러, 시총 16억7000만달러에 상장한 테슬라는 2025년 시총 1조달러를 넘어섰다. 2002년 상장한 넷플릭스는 당시 연말 시가총액 2억2000만달러가 지난해말 40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역시 무배당 정책으로 이익을 모두 재투자하는 대표 사례들이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이익을 나눠야 한다는 명제는 옳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나눌 지는 고민해 볼 거리가 있다. 성장해야 하는 기업, 투자가 절실한 기업까지 배당을 하라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주 환원에 신경을 쓰다 재투자 기회도 놓치고 기업의 성장 동력을 해친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주주 환원은 절대선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중복상장도 고민해봐야 한다. 중복상장은 회사의 사업부를 분할한 뒤 다시 상장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존 주주의 이익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관련 규제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사업 분할을 통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사업 경쟁력을 키워 결국 모회사에 이득이 되는 사례는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유명 자동차 브랜드 페라리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에서 2015년 분리돼 뉴욕 거래소에 다시 상장했다. 스핀오프 형식의 분할로 이후 페라리와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은 함께 성장했다. 페라리는 2015년 98억달러 였던 시가총액이 2024년 말 764억달러까지 상승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시가총액은 2015년 239억달러에서 2023년말 703억달러로 커졌다. 그 사이 피아트크라이슬러는 2021년 푸조와 합병하면서 스텔란티스로 재출발했고 이후 주가는 다시 하락했다. 다만 이는 페라리 분할과 상관없이 벌어진 일이다.

GE는 2023년 헬스케어(GE Healthcare)와 버노바(GE Vernova)를 떼어내 분할 상장을 한 바 있다. GE 시가총액은 2018년 600억달러수준이었지만 회사 분할 이후 세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2025년 34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복 상장과는 결은 다르지만 회사 분할로 기업 가치를 키운 케이스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를 인수해 솔리다임으로 출범한 뒤 재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중복 상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솔리다임의 상장을 막는다면 필요한 투자 재원을 제 때 마련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솔리다임에 필요한 투자재원을 SK하이닉스가 오롯이 부담한다면 이 역시 SK하이닉스 주주들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다.

오너의 사익 추구를 위해 지배구조를 건드는 폐해는 규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주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회사 상장은 다른 시선으로 볼 필요가 있다.

주주환원 대신 재투자를 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주주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자회사 상장을 통해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성장할 기회를 찾는 것도 주주들에게 득이 되는 일이다. 사익 추구형 중복상장과 밸류업을 위한 자회사 상장을 달리 봐야 한다. 제때 투자를 해야 하는 테크기업, 반도체 기업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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