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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리더는

정부와 접점 사라진 KT, 대응책 찾을까

대통령과 인연 닿은 인사 잇따른 사임, '코드 인사' 부담…이사회·그룹사 CEO 구성 주목

이장준 기자  2023-03-13 07:43:17
KT
KT그룹이 차기 CEO 선정 이후 거버넌스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임승태 KT 사외이사 후보 내정자와 윤정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가 잇달아 사임을 표하면서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인연이 주목받아 '코드 인사'로 비치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KT로서는 공정성 시비는 피했지만 내부에서 정부와 갈등을 완충할 인물들이 사라진 셈이다.

물론 이사진 대부분이 임기를 1년만 부여받는 등 추후 친정부 인사가 들어올 여지도 충분해 보인다. 다만 코드 인사는 추후 정권 교체 후 부담이 되는 '양날의 검'인 만큼 추후 이사회 구성이나 주요 그룹사 CEO 인사에 눈길이 쏠린다.

◇윤석열 캠프·학맥 주목받은 인사 줄줄이 사임

1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정식 스카이라이프 대표이사 내정자(사진)는 최근 회사에 사의를 표명했다. 스카이라이프는 2020년부터 김철수 대표가 이끌어왔는데 3월 임기 만료와 함께 윤 내정자를 신임 CEO로 선출하려 했다. 스카이라이프의 최대 주주는 KT(49.99%)이며 한국방송공사(KBS·6.78%)가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언론인 출신의 윤 내정자는 MBC 홍보심의국 부국장, 충주 MBC 사장 등을 거쳐 2013년 KT 부사장을 지낸 바 있다. 2015년에는 OBS 경인TV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2017년 경기도지식캠퍼스 단장을 맡았다. 현재 직함은 한국블록체인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KT그룹을 떠난지 약 8년여 만에 갑작스레 스카이라이프 CEO로 내정됐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충암고등학교를 나와 학맥이 주목받았다. 윤 내정자는 지난주 "일신상의 이유"로 물러나기로 했다.

오는 31일 열릴 KT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 선임할 예정이었던 임승태 법무법인 화우 고문 역시 윤 대통령과 인연이 주목받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서 특보로 역할을 한 바 있어서다. 하지만 그 역시 이번 주총을 앞두고 KT 사외이사직을 포기하고 KDB생명 대표이사 역할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진=임승태(좌), 윤정식(우)

이들의 사임은 최근 KT가 윤경림 대표이사를 내정한 데 따른 정치권의 반발과 정권 '코드 인사'로 비치는 것 등을 의식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KT 입장에서는 현 정권과 인연이 닿은 이들을 내부에 배치하려 했으나 무산된 것이다.

KT는 지난 정권 시절 친정부 성향의 이사회를 구축한 바 있다. 이미 사임한 이강철 이사를 비롯해 김대유·유희열 이사가 여기 해당한다. 김 이사는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정책수석과 통계청장을 지냈다. 유 이사는 김대중 정부에서 과학기술부 차관을, 노무현 정부 시절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에 이어 2017년 대선 문재인 캠프에 몸담았다.

◇코드 인사 딜레마…추후 친정권 인사 선임 재추진 가능성

이들 코드 인사는 정권 교체 후 외풍이 거세지는 빌미를 제공했다. 그렇다고 정부와 관계를 개선하려는 KT로서는 새로운 친정부 인사를 배제하는 것도 만만찮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코드 인사 딜레마인 셈이다.

당장은 무산됐지만 추후 코드 인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이번 주주총회에서 윤경림 사장(3년)을 제외하고 모든 사내외 이사 임기를 1년만 부여하기로 했다. 그동안 3년의 임기를 부여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최근 KT가 지배구조 개선 TF(가칭)를 꾸린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지배구조 개선 TF는 사외이사 등 이사회 구성을 비롯해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다. 새 기준에 따라 이사진 개편이 필요한 상황에 맞춰 최소한의 임기만 부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KT가 지배구조 선진화 이후에도 친정권 인사를 선임하는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이번 경선처럼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는 인사는 배제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전문성을 전제로 현 정권과 스킨십이 가능한 인물이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오는 주주총회에서 KT는 사내이사로 윤 사장과 함께 서창석 KT 네트워크부문장과 송경민 KT SAT 대표 겸 경영안정화TF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사외이사 중에서는 강충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여은정·포현명 이사를 재선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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