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는 성장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사업은 순항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현금흐름이 꼬이면서 대규모 차입을 해야 하는 변수가 생겼다. 당시 중소기업이었던 노브랜드 입장에선 이자비용이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치솟았다.
그 여파는 최근까지 지속돼 왔다. 돈을 벌어도 이자로 상당수가 새나갔다. 차입을 쉽게 줄이지 못해 이자부담을 안고 가는 악순환을 지속했다.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은 오랜 상흔을 치유할 기회였다. 운 좋게도 고금리시기에 재무개선을 이뤄냈다.
◇금융위기발 '이자' 족쇄, 유동성에 취약한 체급노브랜드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이 1028억원이다. 2013년 이후 10년째 과중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그 시작은 2008년 금융위기가 촉발한 유동성 경색이었다. 고객사가 물건을 받았음에도 돈을 제 때 주지 않았고(매출채권), 재고가 평소보다 많이 쌓이는 상황이 됐다.
2009년 EBITDA(감가상각전 영업이익)로 486억원을 기록했는데 현금은 오히려 크게 부족해졌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등 운전자본이 크게 늘어나며 같은 해 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89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이듬해(2010년)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21억원이 됐다.
부족자금을 은행대출로 메웠다. 2008년 말 총차입금은 477억원이었지만 2009년 말 895억원, 2010년 말 1008억원으로 껑충뛰었다. 부채비율도 2008년 말 271.2%에서 2010년 말 1901.5%로 치솟았으니 당시 재무적 위기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비슷한 현상은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가 닥치자 또 한 번 되풀이됐다. 2013년 EBITDA가 141억원이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35억원이 됐다. 역시 부족자금을 대출로 메워 그해 말 총차입금은 1511억원이 됐다. 설립 이후 최대규모였다.
급한 불을 끈 대가는 이자비용(금융비용)이었다. 2000년대 초반엔 1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2008년 43억원에서 2010년 말 63억원, 2013년에는 76억원이 됐다. 이는 수익성에 구조적인 문제를 안겼다. 호실적을 낸 2022년 직전까진 벌어들인 돈 절반 가깝게 이자로 빠져나갔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EBITDA는 138억원이다. 같은 기간 연평균 금융비용은 55억원으로 EBITDA의 40% 수준이었다.
노브랜드는 이 시기 해외 공장증설도 진행했기에 현금을 남기기 쉽지 않았다. 같은 기간 연평균 자본적지출(CAPEX)은 67억원이다. 사업이 잘되도 차입을 줄이기 힘들었던 이유다.
◇작년 호실적으로 300억 갚아…올해도 상환기조 중요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차입금을 줄일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EBITDA가 554억원으로 설립 이래 가장 큰 규모를 달성했는데, 운전자본도 줄어 영업활동현금흐름도 586억원에 달했다. 게다가 CAPEX도 경상적 수준(14억원)만 발생했다. 쌓인 현금(프리캐시플로우)이 570억원이었다.
잉여현금으로 빚을 갚았다. 지난해 말 총차입금(1028억원)은 전년 말(1326억원) 대비 300억원 가량 줄어든 규모다. 그러고도 현금성자산 134억원이 남아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부채비율도 171.3%로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안심할 순 없다. 올해도 고금리와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 경색에 대한 우려가 살아있다. 또 다시 현금흐름이 꼬이고 차입을 확대할 경우 치러야 할 대가(이자비용)가 훨씬 큰 시기다. 노브랜드는 2020년 5월 3년물로 200억원 사모채를 발행했는데 당시 이자율이 3.44%다. 올해는 이자율이 두 배로 높아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