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0

A급 발행사 유동성 점검

자금 소요 늘어난 동화기업, 시장성 조달로 대응

②전해질 진출 뒤 4년간 2450억 조달…'투자 포인트' 안정적 사업구조

고진영 기자  2023-04-13 15:47:18

편집자주

고금리 지속과 경기침체 우려. 2023년 우리 기업을 가장 위협하는 요인이다. 중소를 넘어 중견사와 일부 대기업까지 유동성 관리가 중요해졌다. 저금리 시기 빌린 수조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데 투심은 악화됐다. 그 와중에 올 실적은 불투명하다. THE CFO는 A급 기업의 유동성을 점검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대응 전략을 취재한다.
동화기업은 화학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차입규모가 자연스레 확대됐다. 연이은 인수합병과 해외 시설투자로 외부자금 유입이 불가피했다. 높아진 재무부담을 동화기업은 전략 다변화로 대응하고 있다. 은행 단기대출 위주로 진행됐던 조달창구에서 장기차입 비중을 늘렸고 회사채 시장에도 발길이 잦아졌다.

◇은행대출 위주 → 회사채 발행 확대

작년 말 기준 동화기업의 총차입금(리스부채 포함)은 723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4396억원의 만기가 올해 도래한다. 동화기업의 차입 규모는 3000억원대를 유지하다가 전해질기업인 파낙스이텍(현 동화일렉트로라이트)을 인수한 2019년 5000억원대로 점프, 그 뒤로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것도 같은 시기다. 그 전까지 동화기업은 은행대출에서 주로 단기로 돈을 빌렸고 부채비율도 100%를 밑돌았다.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즈음엔 사모채를 소규모로 여러 차례 찍기도 했으나 2001년 이후로는 이마저 뜸했다.

그러다 2019년 처음으로 공모채 발행에 나서면서 전략에 변화를 줬다. 당시 발행을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늦깎이로 데뷔한 만큼 투자자 반응에 우려가 있었고 계열 지원이 없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우려를 씻고 모집액을 크게 뛰어넘는 수요를 확보했다. 낮았던 시장금리가 유리하게 작용한 데다 리모델링 쪽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넓힌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동화기업은 회사채 발행에 활발할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공모채를 발행한 직후 사모로 재차 300억원, 2021년에는 공모로 400억원을 조달했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600억원, 올 3월 150억원 규모의 P-CBO를 발행했다. 2019년 이후 총 2450억을 시장에서 조달했다. 이달에는 다시 500억원 규모로 공모채 추가 발행을 준비 중이다.


KB증권과의 인연이 계속되고 있는 점도 눈에 띈다. 2019년 동화기업의 첫 공모채 발행이 성공으로 끝난 데는 대표주관사를 맡았던 KB증권의 공을 무시할 수 없었다. DCM 최강자로 뉴이슈어 주관 경험이 많다 보니 투자자 모집에도 노련했다 이번 발행 역시 KB증권이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대표주관을 맡고 있다.

수요예측은 오는 14일 진행할 예정이며 2년물 300억원, 3년물 200억원을 계획하고 있다. 동화기업은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bp~ +0.30%p를 가산한 이자율을 희망금리로 제시했다.

◇공모채 발행 재개, 수요예측 흥행할까

불안한 회사채 시장을 고려할 때 흥행 여부를 두고 마음을 놓긴 어렵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이달 동화기업 신용등급을 'A-(안정적)'로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A급에 대한 분위기가 다소 나아지긴 했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A0와 비교해 A-에 대한 투자심리는 많이 회복되지 못한 부분도 있다. 다만 동화기업이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가진 우량기업이라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꼽힌다.

IB업계 관계자는 "동화기업의 경우 회사가 워낙 우량하보니 기존 금리 자체가 다른 A- 발행사보다 월등히 낮게 발행됐고, 그래서 금리 메리트가 떨어지는 측면은 있다"면서도 "업력이 오래되고 수직계열화로 탄탄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는 점이 기대를 모으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동화기업은 화학사업을 키우면서 외형 성장이 계속되는 추세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결 매출이 1조원을 넘겼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경우 2020년과 2021년 1000억원대를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는 115억원으로 떨어졌는데, 원재료가격과 판가상승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한 탓이다.


또 2019년 이후 연평균 900억원의 CAPEX(자본적지출)를 썼기 때문에 이 기간 잉여현금흐름 마이너스(-)를 그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단기금융상품,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상품을 포함해 769억원이 쌓였다.

투자확대로 약해진 현금흐름을 감안해도 시장에선 동화기업이 재무부담을 충분히 감당할 여력이 있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보드, 건장재 사업의 경쟁력과 안정적 수익구조에 바탕한 판단이다.

동화기업은 목재가공 부문에서 전 공정에 걸쳐 일관화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보드 생산에 필요한 화학수지와 건장재 생산에 필요한 표면재도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원가경쟁력이 경쟁기업들보다 뛰어난 편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염동환 연구위원은 "동화기업은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력, 운전자금 확대에 대응되는 단기차입 조달능력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성차입금 차환위험은 낮은 수준"이라며 "금융기관 미소진한도 1504억원, 유형자산을 활용한 추가담보여력 등을 기반으로 한 자금조달능력도 인정된다"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