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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리뉴얼 2년

파란만장 지배구조 변천사, 호반의 재건 스토리는

②막 내린 오너3세경영…'구조조정 해결사'된 호반산업

김혜란 기자  2023-05-12 17:03:16

편집자주

1941년 국내 최초의 전선회사로 출발한 대한전선(옛 조선전선)은 걸어온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때 유동성 위기에 빠져 고강도 구조조정을 겪었고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2021년 호반산업에 인수되며 재무적 지원을 받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는 등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는 5월 17일은 대한전선이 호반그룹에 인수된 지 딱 2년 되는 날이다. 2주년을 맞아 대한전선이 새 주인을 만나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 들여다본다.
호반그룹 인수 전 대한전선은 꽤 오랜 기간 재무적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 관리하에 있다가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를 만나 재기를 노리기도 했다.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FI)의 그늘 안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IMM PE 품에서 6년, 다시 구원투수로 나선 건 호반산업이었다. 건설업이 주력인 호반산업은 사업 다각화, 전선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대한전선을 인수했다. 지난 2년 동안 호반그룹은 대한전선의 재무안정성 제고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향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 위한 기반을 닦는 작업이기도 했다.

◇오너 3세경영은 왜 실패했나

대한전선은 고(故) 설경동 회장이 창업한 회사다. 오너 3세까지는 경영 승계가 이어졌다. 2010년 설 회장의 손자 설윤석 당시 부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3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사세는 기울고 있었다. 대한전선은 2002년 즈음부터 레저, 의류, 건설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2007년 이후 명지건설과 남광토건, 온세텔레콤 등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는데 무리한 사업 확장에 자금난이 가중됐다. 기업을 물려받은 설윤석 부회장이 경영 정상화에 총력전을 펼쳤지만 빚이 쌓여만 가는 기업을 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원래 대한전선은 광통신케이블과 전력케이블 등 전선업을 중심으로 한 우물을 팠던 회사다. 창업자 고 설경동 회장과 2세이자 창업주의 셋째아들 고 설원량 회장이 회사를 이끌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전선 업계 1위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2002년 무주리조트 인수를 시작으로 무리하게 인수·합병(M&A)에 나선 게 독이 됐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급속히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 결과 2009년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맺고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야 했다.

이 과정에서 오너 3세 설 부회장이 회사 조기 정상화를 위해 사장으로 직함을 낮추기까지 했으나 위기를 극복하진 못했다. 결국 2013년 오너가 경영권을 포기했고 회사는 매물로 나왔다.


◇구원투수로 나선 IMM PE

한동안 채권단 관리하에 있던 대한전선은 2015년 IMM PE에 팔린다. 3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대주주(72%)로 올라서는 형태의 M&A였다. 당시 대한전선은 신규 자금이 투입되지 않으면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를 우려해야 할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IMM PE가 손을 내밀면서 대한전선은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을 졸업하고 상장폐지 위기도 모면했다. 이후 IMM PE는 주력 사업을 제외한 비주력 사업 부문을 처분하는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지배구조도 확 바꿨다. 주주들이 선출한 이사가 경영하는 대표이사제에서 이사회가 뽑는 전문경영인이 집행임원이 되는 집행임원체제로 변경했다. 이를 통해 당시 송인준 IMM PE 대표(의사회 의장)를 비롯해 대주주인 IMM PE 측 인사 4명이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나 IMM PE는 FI였기 때문에 언젠가는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했다. 언제라도 팔릴 수 있는 기업이었기에 지배구조는 늘 불안했다. IMM PE는 매각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70%를 상회하는 높은 지분 부담을 줄이려 여러 차례 블록딜을 단행했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사진=대한전선)

◇대한전선의 성장스토리는 이제 시작

호반산업은 2021년 대한전선 지분 40%를 약 2500억원에 사들이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재무적 역량이 충분한 호반은 대한전선이 고성장 신사업에 진출할 수 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적임자였다.

실제로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인수 후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재무적으로 지원했다. 지배구조도 지금의 대표이사제로 다시 바꿨다. 최근엔 호반산업의 송종민 대표이사 부회장을 대한전선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그룹과의 시너지 창출을 강화하겠단 포석과 함께 보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회사를 이끌겠단 그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대한전선은 1990년대 말까지 국내 전선업계 1위를 지켰다가 LS전선에 자리를 내줘야 했다. 오랫동안 구조조정과 지배구조 개편과정을 거치며 성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돌고 돌아 호반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만난 만큼 과거 영광을 되찾기 위한 본격적인 '부활 스토리'는 이제부터 쓰여지기 시작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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