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선은 호반그룹에 편입된 이후 투자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인프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생산역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다.
최근 사실상의 무차입구조를 구축한 것도 대규모 투자를 앞둔 체력 재정비로 보인다. 특히 그룹 차원의 지지가 두드러지는데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노재준 재무실장도 호반 계열사에서 재무담당을 겸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대한전선의 순차입금은 마이너스(-) 1261억원을 기록했다.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보다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1524억원)에 이어 2년째 순현금 기조를 이어갔다. 현금성자산이 7000억원대로 늘어난 덕분이다.
애초 대한전선은 호반그룹에 인수된 이듬해인 2022년을 기점으로 잉여현금흐름 순유출이 계속돼왔다. 자본적 지출(CAPEX)이 급증한 탓이다. 대한전선의 CAPEX 규모는 2021년 84억원 수준이었는데 2022년 152억원으로 증가, 2023년과 2024년엔 각각 1300억원씩 총 2600억원 남짓으로 점프했다. 작년까지 4년간 누적된 잉여현금 적자가 3000억원을 웃돈 배경이다.
매년 영업으로 벌어들이는 돈보다 설비투자 등에 쓰는 금액이 많은데도 현금성자산이 불어난 것은 유상증자 덕분이 컸다. 2022년 3월 유증으로 4854억원이 유입되면서 3900억원 수준이던 순자산 규모가 8800억원 규모로 뛰었다. 또 2년 뒤인 지난해 3월엔 두번째 유증을 통해 4593억원의 자본을 추가 확충했다.
유증 과정에서 최대주주 호반산업이 지분율에 따라 밀어준 금액은 각각 1971억원, 2112억원 등 약 4083억원으로 계산된다. 사실상 모회사의 지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한 셈이다. 앞서 대한전선은 2021년 호반산업으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을 차입하기도 했는데 유증자금으로 갚았다. 현재 호반산업은 대한전선 지분 41.95%를 보유하고 있다.
재무적으로 호반그룹의 영향이 상당한 상황인 만큼 C레벨 구성에서도 이런 기조가 드러난다. 대표이사인 송종민 부회장은 전 호반건설 대표이자 호반산업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고 경영총괄 김준석 부사장은 호반건설 전략기획실장으로 있다. CFO 노재준 재무관리실장 역시 현재 호반건설 재무관리실 담당임원을 겸직 중이다.
노재준 실장은 DL이앤씨 세무팀 출신으로 2021년 호반건설 재무관리실 담당임원에 올랐다. 호반의 인수 이후에도 수년간은 기존 대한전선 인사였던 이기원 전무가 CFO직을 계속했으나 2023년 말 노재준 실장으로 CFO가 교체됐다. 그룹 계열사간의 재무적 연계를 고려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현재 대한전선은 현금창출력이 호반그룹 편입 전과 비교해 크게 확대된 상태다. 2019~2021년엔 연평균 700억원 안팎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를 냈지만 그 뒤론 매년 늘어 지난해 1400억원 수준을 기록했다.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신규수주를 늘리면서 수주잔고는 2021년 말 9900억원 수준에서 올 3월 말 2조8500억원 남짓으로 불었다. 수익성도 좋아지는 추세다.
애초 대한전선은 매출이 나동선 중심이다 보니 안정적이긴 해도 수익성이 좋진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상대적으로 마진이 높은 초고압케이블 수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엔 싱가포르 전력청에서 6400억원 규모의 초고압케이블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달라진 수주 구성을 감안하면 현금창출력 개선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 실장이 이끄는 재무실은 추후 보유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투자활동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대한전선이 다시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당진해저케이블 1공장에 대한 1단계(내부망) 투자를 마쳤고 2단계(외부망)는 올 상반기 준공했다. 이어 해저케이블 2공장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1단계에만 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투입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당진해저케이블 공장은 탄소중립등 에너지 전환으로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는 만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우고 있는 생산기지”라며 “해저케이블 2공장은 외부망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생산을 위한 공장이고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