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에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낸 기업 집단 중 하나는 호반건설이다. 40여년 전 전라남도 광주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출범한 호반건설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은 안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며 그룹 집단의 면모를 갖춰 나갔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인수 합병을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며 산업 전체 지배구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으로 변모해왔다.
2.2. 외환위기를 기회로펼쳐보기 접기
아시아 외환위기는 호반건설에게 기회로 작용했다. 외환위기 전후 다수의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고 건설사들 역시 연쇄 부도와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현금 확보를 위해 부동산과 사업지를 헐값에 매각하는 사례도 속출했다. 호반건설은 이 시기 시장에 나온 부동산 자산을 선별적으로 매입했고 이를 활용해 기존 건설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임대아파트 브랜드 ‘호반리젠시빌’을 분양해 성공을 거둔 것도 이 때다.
이 시기를 지나면서 확립된 것이 무차입·무어음 경영 원칙이다. 김 회장은 공사비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단 한 장의 어음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을 세웠다. 외환위기 당시 어음 결제 구조가 무너질 경우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위기에 빠질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한 경험이 반영된 결과였다.
시행과 시공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도 호반건설의 독특한 전략으로 꼽힌다. 외부 시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사업 기획부터 분양, 시공, 자금 회수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분양 리스크를 스스로 떠안는 대신 사업 전반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할 수 있다. 외부 차입 의존도도 의도적으로 낮췄다.
대형 건설사들이 외형 경쟁과 브랜드 경쟁에 몰두하던 시기 호반은 현금 회수 구조와 리스크 관리를 우선했다. 무리한 수주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하나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집중했다. '미분양을 남기지 않는 것이 최고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내부적으로 자리 잡았다.
3.2. 자금력 뽐낸 대우건설 인수전 참여펼쳐보기 접기
과거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시도한 것도 호반건설의 부상을 나타낸 한 장면으로 기억돼 있다. 호반건설은 2018년 초 산업은행 측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50.8%) 인수 입찰에 단독으로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해당 지분의 40%가량을 먼저 인수한 뒤 2년 뒤 나머지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매각가격은 주당 7700원씩 총 1조6000억원이었다.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주택 중심 사업 구조에서 종합 인프라·글로벌 건설사로의 전환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판단이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부상을 조심스럽게 바라봤다. 새우가 고개를 삼키려고 한다는 평가도 제기되곤 했다. 2017년 기준 대우건설 매출은 11조원에 달했는데 호반건설은 그 절반 수준인 6조원 정도였다. 당시 호반건설의 국내 시공능력평가는 13위였지만 대우건설은 3위 수준이었다.
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의지는 상당했다. 하지만 대우건설 실사 과정에서 3000억원 규모 해외사업 부실 내용이 드러나면서 호반건설은 우협으로 선정된지 불과 9일 만에 인수 계획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대우건설 인수 시도는 불발로 끝났지만 이 시도를 기점으로 호반은 더 이상 지방의 중견 건설사로 통하지 않게 됐다. 호반건설이 준대형 그룹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호반건설은 2021년 대우건설 매각 본입찰에 재도전했지만 결국 성사되진 못했다. 현재 호반건설이 인수하지 못했던 대우건설은 중흥건설이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4.2. 탄탄한 재무구조, 막강한 현금력펼쳐보기 접기
2024년 말 별도 기준 호반건설의 부채비율은 약 18.7% 수준이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건설사 상위 20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업계 평균이 수십 퍼센트대에서 수백 퍼센트대인 것과 비교하면 안정적인 구조다. 더구나 이 부채비율은 2023년 말 대비 약 7.6%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그간 순상환 기조가 이어져왔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금성 자산 측면에서도 호반건설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약 4835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부채 대응 여력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며, 유동자산 기준으로도 호반그룹이 단기 유동성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2024년 말 별도 기준 유동자산은 약 2조3708억원에 달했으며, 유동부채는 약 4718억원에 불과해 유동비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연결 기준으로 보면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역시 우수한 수준이다. 2024년 말 연결 기준 호반건설의 부채비율은 53.5%로 나타나며 차입금 의존도는 8.8%에 불과하다.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오히려 순현금 상태(-0.6조원)로 평가되며 일부 비유동 지분가치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더 안정적인 재무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