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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탈 키우는 LG헬로, 이민형 CFO 고민은 '운전자본'

외형 성장과 함께 운전자본부담 급증…순차입금/EBITDA 3.3배로

고진영 기자  2025-07-02 15:54:41

편집자주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역할과 책임이 커지는 '지금' 그들은 무슨 일로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까. THE CFO가 현재 CFO들이 맞닥뜨린 이슈와 과제, 그리고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LG헬로비전은 최근 방송사업의 부진을 렌탈사업으로 만회하고 있다. 덕분에 외형은 성장세를 유지 중이지만 렌탈업 특유의 운전자본 이슈가 재무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업을 키울수록 현금흐름이 나빠진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민형 상무에겐 고민인 지점이다.

2024년 말 LG헬로비전은 렌탈부문에서 12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소폭(6.5%) 늘어나긴 했으나 그간의 추세와 비교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 애초 렌탈부문은 2020년 704억원이었던 매출이 2023년 1100억원을 넘기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지난해 렌탈사업 기세가 한풀 꺾였던 이유는 전략적 선택에 있다. 운전자본 부담을 관리하기 위해 렌탈 취급고를 조절하면서 매출이 둔화됐다. 렌탈의 경우 사업 확장기에 반드시 운전자본 부담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렌탈은 일단 제품을 선투입하고 회수는 점차적으로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우선 제품을 판매한 뒤 렌탈료를 수년에 걸쳐 다달이 받는다. 비용지출이 먼저 일어나다 보니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과 실제 현금흐름 사이에 인식 시점이 길게 벌어진다는 뜻이다.

LG헬로비전도 마찬가지다. 2020년 운전자본투자액이 600억원대에 불과했는데 이듬해 2100억원대로 뛰었다. 2022년엔 잠시 줄었으나 2023년 다시 1800억원으로 점프했다. 지난해 렌탈사업의 속도 조절에 나선 배경으로 짐작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LG헬로비전의 운전자본투자액은 1300억원대로 다시 축소됐다. 다만 잉여현금흐름이 바닥나는건 여전히 막지 못했다. LG헬로비전은 렌탈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1년 이후론 거의 매년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는 중이다.


그렇다고 렌탈사업을 더디게 키우기도 어렵다. 애초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었던 방송부문이 매년 역성장을 계속하고 있는 탓이다. 방송부문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선방송시장이 의미있게 반등하긴 사실상 힘들어 보이는 만큼, 회사 외형을 유지하려면 렌탈이 치고나가야할 필요가 있다.

CFO인 이민형 상무의 고민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이 상무는 LG전자 자금그룹과 금융기획팀장, LG스포츠 경영지원담당 등을 거친 인물이다. 2023년 LG헬로비전 CFO로 발탁됐는데 당시 사내이사 임기가 1년 남은 안재용 CFO가를 이민형 상무가 대신했다.

뿐만 아니라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맡고 있던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직책까지 이 상무가 맡도록 조직을 개편한 만큼 책임이 무거워졌다. 그만큼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재무를 중심으로 강조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렌탈 시작 고객과 종료 고객의 비중이 비슷해지는 사이클을 이룰 정도로 사업이 궤도에 이르기 전엔, LG헬로비전은 높은 운전자본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이 상무가 부족한 자금을 차입으로 채우거나 보유 현금을 소진할 수밖에 없단 이야기다.


운전자본투자액이 확대되면서 LG헬로비전의 순차입금은 2022년 3560억원 수준이었다가 이듬해 4242억원으로 늘었다. 올 1분기 말 기준으론 4586억원으로 더 확대됐다. 순차입금 증가세가 더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현금창출력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편입 첫 해 2400억원 수준이었던 LG헬로비전의 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는 지난해 1400억원대로 떨어졌다. 방송매출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렌탈사업 수익성이 낮은 이유가 컸다. 그래서 외형은 꾸준히 1조원 수준을 유지 중이지만 EBITDA는 5년째 감소 추세다. EBITDA 대비 순차입금을 보면 과거 2배 안팎이었으나 올 3월 말 3.3배로 올랐다. 이 상무가 차입 확대에 부담을 느낄수밖에 없다.

렌탈확대를 통한 외형 방어, 그리고 운전자본 제어에 대한 딜레마 사이에서 회사의 고민은 잦은 전략 변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렌탈 취급고를 억눌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다시 렌탈 매출이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 1분기 렌탈 매출은 321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9% 점프했다.

업계 관계자는 "렌탈사업은 렌탈수익을 다시 투자해 규모를 불리기 때문에 특히 성장 시기에 현금흐름이 안좋을수밖에 없다"며 "LG헬로비전은 렌탈사업이 한창 커지는 단계인 만큼 재무안전성 관리가 까다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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