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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SG 트래커

3040세대 '젊은 피' 무장 후 ESG 시계 빨라졌다

[보령]장두현·김정균 투톱 혁신 주도…'지배구조' 개선은 과제

차지현 기자  2023-06-22 07:10:02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 본다.
보수적 문화를 가진 제약 업계에서 변화와 혁신으로 주목받는 곳이 있다. 보령이다. 30대와 40대 두 젊은 대표를 사령탑에 앉힌 데 이어 59년 동안 사용해 온 사명까지 변경했다. 여기에 우주 사업 진출을 선언하며 국내에서 가장 '핫한' 제약사로 부상했다. 국내에서 해외로, 제약에서 헬스케어로 영역 확장에 나선 보령이 전통제약사 이미지 탈피에 힘을 쏟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역시 변화와 혁신의 일환이다. 세계적으로 ESG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는 흐름이 확산하면서 ESG 경영이 해외 진출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됐기 때문이다. 보령은 지난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ESG 경영에 속도를 내왔다. 이를 통해 ESG 통합 등급을 2020년 C에서 지난해 B+로 끌어올렸다.

최근 공개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ESG 경영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에도 환경(E) 부문과 사회(S) 부문에 방점을 두고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강력한 오너 중심 경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G) 부문 개선은 핵심 과제로 꼽힌다.

◇ESG 등급 2년 만에 2단계 상승…올해 사회 집중 눈길

보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ESG 경영 행보를 펼쳐 왔다. 지난해 4월 ESG 경영 선포식을 열고 2022년을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년 신설한 ESG 전담 파트를 ESG팀으로 승격했다. ESG 경영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고 의사 결정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처음으로 발간했다. 세부적으로 '인류를 위한 지속가능한 가치 창출(BRing Sustainable Value for Humanity)'을 ESG 비전으로 제시하고 8대 전략 과제를 내놨다. 과제에는 △친환경 비즈니스 고도화 △환경 경영 실행 △제약업 기반 사회적 책임 이행 △윤리·청렴 문화 확산 등을 포함했다.

특히 환경(E) 부문에 공을 들였다. 의약품 제조에 쓰이는 자재를 친환경 자재로 변경하고 업계 최초로 폐의약품 용기 업사이클링을 추진했다. 온실가스와 오염물질 감축도 주요 전략으로 내세웠다. 최적화한 오염 방지 시설을 도입해 전년보다 전기 사용량과 가스 사용량을 각각 4%와 13.4% 감축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에너지 사용량 보고서에 대한 제3자 검증도 마쳤다.

이 같은 노력은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보령의 지난해 ESG 통합 등급은 B+였다. 전년보다 환경(E) 부문은 한 단계 높아졌고 지배구조(G) 부문은 한 단계 낮아졌다. ESG 통합 등급 C를 받았던 2020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두 단계나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환경(E) 부문의 경우 2020년 D에서 지난해 B+까지 대폭 끌어올렸다. 참고로 KCGS는 국내 상장 기업의 ESG 수준을 7단계(S·A+·A·B+·B·C·D)로 분류해 매년 발표한다.


올해에도 ESG 경영 강화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최근 보령은 지난해 초부터 올 상반기까지 ESG 성과와 올해 비전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23'을 공개했다. 시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기업이 이윤 추구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번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보면 기존 환경(E) 부문에 더해 사회(S) 부문에 초점을 둔 점이 눈에 띈다. '제약업 기반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한다'는 슬로건을 앞세워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도 안산에 있던 중앙연구소를 수원 광교로 이전하고 광교 연구소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광교 테크노벨리가 경기도 내 우수 인력 확보와 타 제약사 우수 기관 인접도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곳이라는 게 보령 측의 판단이다.

우주 헬스케어 사업 내용도 올해 새롭게 추가했다. 우주에서 인류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투자 기회를 모색한다는 목표다. 보령은 지난해 초 유망한 우주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CIS(Care In Space) 챌린지를 가동했다. 또 상업용 우주 정거장을 건설 중인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에 총 76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합작사(조인트벤처)도 설립했다.

◇젊은 오너의 혁신 전략 일환…'지배구조' 개선 필요

보령은 전통제약사 이미지 탈피에 힘을 쏟고 있다. 국내에서 해외로, 제약업에서 헬스케어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서다.

30대와 40대 두 명의 젊은 대표를 사령탑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2021년 8월 만 45세인 장두현 대표를, 이듬해 3월 만 37세인 오너 3세 김정균 대표를 선임했다. 제약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체로 봐도 파격적인 인사 단행이었다. 장 대표와 김 대표는 미국 미시간대 동문으로, 현재 각자 대표 체제로 보령을 이끌고 있다.

1963년 설립 이후 59년 만에 사명도 교체했다.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보령제약 주식회사'에서 '주식회사 보령'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안을 승인했다. 당시 보령 측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국내 제약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과 헬스케어 산업 전반으로 성장 및 투자 기회를 확장하고자 사명을 변경하게 됐다"고 했다.

ESG 경영 강화 움직임은 이런 변화와 혁신 전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지속가능 경영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세계 시장을 바라보는 보령 입장에서 ESG 경영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는 분석이다. 두 대표가 직접 ESG 경영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관련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약점도 있다. 지배구조(G) 부문에 있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평가다. 보령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이사회를 기반으로 건전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사회 내 투자위원회와 인사위원회를 설치하며 투명 경영 체계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사회가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대표와 이사회 의장 분리,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사진 가운데 사내이사 비중이 67%(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2명)에 달하는 데다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 김 대표는 투자위원회와 인사위원회에 모두 소속돼 있고 투자위원회에서는 위원장까지 맡았다. 김은선 사내이사 역시 김 대표의 모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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