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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ESG 트래커

점수보단 정신? 국내외 최하위 평가 '개선' 전략 짠다

[셀트리온]'S'에 초점 둔 전략, E·G 전략의 한계…7월부터 ESG 개선 방안 공개

최은진 기자  2023-04-06 07:25:12

편집자주

수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재계 트렌드로 부상했지만 국내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에겐 남일이나 다름 없었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수성이 폐쇄적이고도 보수적인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선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크게는 빅파마로 가기 위해서, 작게는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ESG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제 막 첫걸음을 뗀 대형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ESG 현황과 전략을 살펴본다.
"ESG는 점수보다 정신이 더 중요한 겁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셀트리온 정기주주총회 현장에서 ESG 낮은 등급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질타에 대한 서정진 회장은 '정신'을 강조했다. 현장에선 ESG 등급이 곧 경영 불확실성 그리고 소액주주에 대한 외면과 동일시 하는 분위기였다.

서 회장은 ESG를 평가하는 '등급'과 '실제정신'은 다르다고 성토했다. 그리고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적극성을 피력했다.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경영개선 보고가 마무리 되는 올해 7월엔 ESG 등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체화하겠다고도 설명했다.

하지만 서 회장의 답변에는 환경이나 지배구조에 대한 부분은 빠져 있었다. 셀트리온 ESG의 핵심이 E와 G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한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셀트리온은 ESG의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해외평가 특히 '열위', 데이터 공개 취약·오너경영체제 '발목'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평가한 셀트리온의 ESG 통합등급은 B다. 세부적으로 환경이 C, 사회가 B+, 지배구조가 B다. 중하위권 성과에 그친다. 한국ESG연구소에서 평가한 통합등급 역시 B+다. 환경과 사회가 B고 지배구조가 B+다. 역시 하위권 성과다.


KCGS는 B등급 이하부터 ESG취약군으로 분류한다.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한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셀트리온은 성공한 바이오텍이라는 신화 뒤에 분명한 명암이 있다. 바이오벤처를 대기업집단으로 키운 저력을 보여줬지만 단 20년만에 큰 기업이기 때문에 경영시스템 등이 아직 미비한 측면이 있다. 내부통제 시스템, 지배구조 등에서 구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소액주주들이 경영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주주친화정책 및 소통,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 기업 정보에 대한 투명한 공개 등 ESG와 맞닿아 있는 당영한 가치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이 국내가 아닌 해외를 공략하고 나선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해외 ESG 평가에 취약하다는 점은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무디스는 셀트리온의 ESG 평가점수를 100점 만점에 17점을 줬다. 환경이 12점, 사회가 21점, 지배구조가 15점이다. MSCI는 가장 낮은 CCC를, S&P는 11점을 부여했다.

이처럼 셀트리온이 국내외서 낮은 ESG 등급으로 평가받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정보공개의 문제 때문이다. S&P에서 평가한 셀트리온의 정보 가용성은 '낮음'이다. 우선 국내외 기관 공통적으로 점수가 가장 낮은 환경의 경우 기본적인 정보공개만 하고 있다.


환경정보공개시스템에 수년여 전부터 관련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본적인 사안이다. 온실가스·용수재활용·폐기물재활용 등 외엔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녹색경영을 위해 얼마를 투자하고 있는지, 전략은 어떤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공시가 없다. 환경 관련 지속가능보고서 역시 발간하지 않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은 취약계층에 대한 의료비 및 장학금 지원 사업이 주가 된다. 기업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건도 있지만 셀트리온사회복지재단을 통한 지원도 있다. 셀트리온의 경우 지난해 기준 기부금 24억원을 썼지만 이 중 절반은 셀트리온사회복지재단에 납입한 기부금이다.

셀트리온복지재단의 공익사업 규모는 15억원 안팎정도다. 조단위 매출을 내는 기업치고는 그다지 규모가 큰 편은 아니다. 그나마도 셀트리온의 경우 예년대비 소폭 줄기도 했다.

지배구조에서는 자산 2조원 상장사의 의무사항은 모두 준수하고 있다. 과반 사외이사 및 여성 이사 할당,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추천위원회 설치 등이다. ESG위원회와 성과보수위원회 설치를 통해 나름의 투명성 있는 경영시스템 확보를 고민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특히 ESG위원회 위원장으로 인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를 선임하고 있다. 관련 사안을 끌어올린다는 의지의 차원이기도 하지만 외부시선을 의식한 행보로도 보인다.

다만 오너 2인이 공동의장이라는 특이한 제도로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 오너 1인에 쏠린 경영시스템,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이슈와 지배구조 문제 등은 셀트리온의 ESG 평가등급을 올리기 어려운 본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신경하 상무 주도 지속가능경영실 담당, 5월 지속가능보고서 발표

서 회장이 ESG 점수보다 '정신'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시대적 요구에 발맞출 수밖에 없다. 특히 소액주주들이 이례적으로 ESG를 주요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셀트리온은 그 시점을 7월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감리가 종료되는 때다. 이 전후인 5월 경 환경정보를 공개하는 지속가능보고서를 발표하고 상장 3사 합병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며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는 등 ESG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전략을 추진하는 구심점은 신경하 상무가 주도하는 지속가능경영실 내 ESG추진팀이다. 신 상무는 법무·윤리경영 등을 함께 담당하고 있다. 법무조직 소속으로 ESG를 둔 셈이다. 이는 서 회장이 말하는 ESG의 정신이 '사회공헌'에 초점이 맞춰진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회계감리가 마무리 되는 7월 리포트가 발간하게 되면 ESG 등급 개선을 위한 전략을 세울 기반이 마련되는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것인만큼 지배구조 개편 등 관련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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