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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 주가 '롤러코스터', 블랙핑크에 '웃고 울고'

52주 신저가 근접, 블랙핑크 그룹 유지돼도 개별 멤버 재계약 실패에 실적 타격 전망

이지혜 기자  2024-01-11 13:55:5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 상장사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K-POP(K팝)의 열풍에 엔터주 전반이 들썩이고 있지만 YG엔터테인먼트는 이런 흐름을 비껴가고 있습니다.

11일 오전 9시 46분 기준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0.56% 오른 4만50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소폭 올랐지만 주가가 상승세나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52주 신저가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2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어 5만원선에서 내려왔습니다.


거래량도 많은 편이 아닙니다. 1월 들어 YG엔터테인먼트 주식 거래량은 2일 94만 주를 기록한 이래 갈수록 줄어들고 있죠. 3일 이후 9일까지 일별 거래량은 20만~40만 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달 전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 주식은 지난해 12월 6일 최대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만 560만8557주에 이릅니다. 전일 거래량이 30만 주에 못 미친 점을 고려하면 크게 증가했죠. 당시 주가도 전일 대비 25.63% 상승하며 6만300원을 찍었습니다.

그러나 한 달 사이에 투자심리가 싸늘해지면서 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 크게 줄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 6일 1조1264억원이었지만 10일 8300억원대가 됐습니다. 한 달 사이에 5000억원가량이 증발한 셈입니다.

기관투자자의 매도세가 이어진 탓이 큽니다. 기관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19일부터 1거래일을 제외하고 YG엔터테인먼트 주식을 매일 순매도했습니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가 YG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순매수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 하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Industry & Event

YG엔터테인먼트 주가의 향방을 결정지은 것은 블랙핑크입니다. 블랙핑크는 2016년 8월 8일 데뷔한 YG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다국적 걸그룹입니다. 멤버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등 총 4명이죠.

YG엔터테인먼트에게 있어서 블랙핑크는 그야말로 ‘메가IP', 수익창출의 ’일등공신‘이었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양현석 전 총괄 프로듀서와 소속 아티스트의 사법리스크로 크게 흔들릴 때도 실적만은 꺾이지 않도록 지지해줄 정도로 강력한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전체 실적에서 블랙핑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입니다. 특히 블랙핑크의 월드투어 콘서트인 ‘본핑크’가 2022년 말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실적을 견인했죠. 블랙핑크는 2022년 10월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2023년 9월 서울 피날레 콘서트까지 약 2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초대형 월드투어 콘서트를 진행했습니다.

덕분에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막대한 공연매출을 벌어들였습니다. 3분기 누적 공연매출은 1051억원으로 2022년 연간 공연매출 대비 362% 증가한 수치입니다.

콘서트 등 공연사업의 활성화는 MD(굿즈) 등 관련 제품 판매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데요, 이에 따라 YG엔터테인먼트의 상·제품 매출은 2023년 3분기 누적기준 1575억원으로 2022년 연간 매출보다 늘어났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세 분기만에 2022년 연간 실적을 넘어서며 사싱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이죠.

그러나 블랙핑크의 재계약 여부는 오랫동안 안갯속에 가려져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데뷔할 당시 아티스트가 7년 전속계약을 맺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8월 전속 계약이 만료됐지만 협상은 지지부진했습니다. 지난해 5월 말 10만원대를 바라보던 YG엔터테인먼트 주가가 반토막 난 이유입니다.


그러던 YG엔터테인먼트에게 있어서 지난해 12월 6일은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전해진 날입니다. 해당일 오전 9시20분경 YG엔터테인먼트가 블랙핑크 멤버 전원과 그룹 전속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등했죠.

하지만 그룹만 남아 있을 뿐 제니는 멤버 전원과 개별 전속계약을 맺지 못했다는 정보가 12월 말 알려지면서 YG엔터테인먼트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소속 멤버인 제니는 1인 기획사인 오드 아틀리에를 설립했습니다.

◇Market View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한 증권가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블랙핑크라는 IP(지식재산권)은 남아 있어도 개별 멤버와 재계약에 실패한 만큼 실적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 등에 따르면 증권업계는 YG엔터테인먼트가 올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381억원, 영업이익 823억원을 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3년 실적 추정치와 비교해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2.31% 줄어드는 수준이죠.


경쟁사로 꼽히는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는 물론 올해도 실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대비됩니다.

이에 따라 YG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한 증권사의 매수의견도 약해졌습니다. 현재 YG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애널리스트 의견을 내는 증권사는 모두 14곳이 있는데요,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YG엔터테인먼트 주식에 대해 ‘강력 매수’ 의견이 다수였지만 지금은 이런 기조가 약해졌습니다. 투자의견 지표가 4.0(강력매수)에서 현재 3.93(매수)가 됐습니다.

목표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9월 YG엔터테인먼트의 목표주가 평균은 10만원이 넘었지만 11일 기준 목표주가는 7만8857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오전 NH투자증권이 목표주가를 종전 8만7000원에서 7만원으로 내린 리포트까지 추후에 반영되면 목표주가 평균은 더 떨어질 것으로 추산됩니다.

다만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티스트의 활동 지연이 반복되며 신뢰도가 떨어진 가운데 블랙핑크 재계약 내용에 대한 실망감까지 더해지며 투자심리가 약해졌다”며 “블랙핑크의 향후 활동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지만 멤버들 역시 그룹 활동을 지속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투자자가) 잊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Keyman & Comments

YG엔터테인먼트의 실적을 방어해야 한다는 사명을 짊어진 인물은 바로 김지현 최고재무책임자(CFO)입니다. 1975년생으로 직위는 이사입니다. 미등기임원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분기보고서에 이름을 올린 C레벨 임원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일하고 있으며 임원으로 선임된 건 2017년 3월 1일입니다.


실적과 주가에 대해 김 CFO의 의견을 직접 들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실적이나 주가 전망 등에 대해 말을 아꼈습니다.

김형문 YG엔터테인먼트 IR담당 리더는 “소통 창구를 일원화하고 있어 CFO가 직접 답변할 수 없다”며 “실적 전망 등은 향후 잠정실적 공시, 투자자 대상 IR 등 공식적 방식으로 알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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