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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온칩스, 일본 이어 미국 성과 '주목'

일본법인 첫 수주, 주가 급등…지난달 출범한 미국법인 수주 '박차'

김혜란 기자  2024-02-19 10:30:32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가온칩스가 최근 주가 상승세에 힘입어 시가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초 5만원대에 머무른지 두 달도 안 돼 주가가 9만원대까지 치솟았습니다. 이후 조정 국면으로 들어가면서 17일 종가는 8만7700원으로 마감하긴 했습니다. 지난 8일 주가가 6만900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5거래일 만에 주가가 27%가량 급등했습니다.

1년 전만 해도 가온칩스의 주가는 2만5000원대에 형성돼 있었습니다. 1년 만에 3배 이상 오른 것입니다. 지난 1년간 기업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긴 했으나 지난주 특히 급등세를 보이며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거래량을 보면 등락률이 약 27%였던 지난 13일 439만3011주, 그다음 날도 456만4739주로 유지됐고 지난 15일과 16일도 168만3206주, 120만9476주로 100만주 이상의 거래량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들어 거래량이 400만주를 돌파한 건 처음입니다. 이번 주가 급등 외국인의 순매수세에 힘입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인은 지난 8일부터 4거래일 연속 가온칩스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출처:네이버금융)

◇Industry & Event

가온칩스는 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나 세트(완성품) 업체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디자인하우스입니다. 팹리스의 코드를 제조용 도면으로 설계해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주는 게 주요 업무입니다.

가온칩스의 이번 주가 급등은 지난 13일 일본법인인 가온칩스재팬(GAONCHIPS JAPAN)의 약 557억원 규모 공급계약 체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뤄졌습니다. 2022년 가온칩스의 연결회계기준 연간 매출액이 약 433억원인데요, 이를 상회하는 대규모 수주계약을 한 번에 성사시킨 것입니다.

2012년 설립된 가온칩스가 일본법인을 설립한 건 2022년 9월입니다. 앞서 그해 5월 20일 코스닥 시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 일본법인을 출범시킨 지 약 1년 6개월 만에 첫 수주 성과를 낸 것입니다.

가온칩스가 고객사 명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일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프리퍼드네트웍스의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는데, 여기에서 디자인솔루션을 가온칩스가 맡는다고 합니다. 즉 프리퍼드네트웍스가 설계한 회로를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정에 맞춰 제품화할 수 있는 설계도로 변환하는 작업을 맡는다는 얘기입니다. 가온칩스 일본법인이 그간 해온 해외 영업이 이번에 빛을 발한 것입니다.

실적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지난해 연결회계기준 매출액은 전년보다 약 47%성장한 636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약 12% 증가해 지난해에는 약 4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가온칩스는 지난 1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미국법인인 가온칩스아메리카를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설립한 해외법인은 미국과 일본 두 곳입니다. 이번에 일본법인에서 대규모 수주계약의 물꼬를 튼 만큼 이 레퍼런스를 가지고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고객사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앞으로 추가 성장세를 결정할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추가 해외 계약 건이 계속 공개된다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될 것입니다.
가온칩스 삼성파운드리 DSP 인증서(출처:가온칩스 제공)

◇Market View

최근 증권가에서 낸 가온칩스 보고서를 보면, 가온칩스의 성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데요. 현대차증권이 목표주가를 기존 5만6000원에서 무려 91.07% 올려 10만700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곽민정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주는 일본 AI 1위 업체인 고객사가 발주한 고성능컴퓨팅(HPC)용 AI 가속기 프로젝트로 가온칩스가 까다로운 일본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음을 증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지난 1월 미국법인 설립을 통해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ARM의 파트너사로서 미국 시장 내 고객과 경쟁력 확보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향후 실적과 수주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가온칩스와 협력해 2나노 분야에서 대만 파운드리 TSMC보다 먼저 수주에 성공했다"며 "이번 수주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향후 미국에서 신규 수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가온칩스는 정규동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그는 회사 지분 29.3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합니다. 원래 알파칩스의 자회사였는데요. 2013년에 정 대표가 지분 100%를 인수하면서 독립했습니다. 정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라 직접 통화는 어려웠고 기업설명(IR) 담당자를 통해 현재 주가 흐름에 대한 회사 측 생각과 앞으로 사업 비전, 계획 등에 대해 질문했습니다.

가온칩스 측은 최근 주가 급등세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는데요. 가온칩스 관계자는 "반도체 섹터가 좋은 상태여서 저희의 실적이 좀 크게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2022년 10월 일본 법인 설립하고 이제 처음 실적이 나와준 거라 이를 기점으로 차기 과제가 나올 수 있도록 고객사와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일본법인의 첫 수주를 시작으로 앞으로 계속 실적을 내놓는 게 중요할 텐데요. 일본 시장의 특성에 맞춘 영업전략으로 시장을 파고들 예정입니다. 가온칩스는 일본 후지쯔와의 오랜 사업 관계를 유지해 일본 반도체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디자인하우스로 손꼽힙니다.

일본의 경우 팹리스가 적고 대형 세트사가 직접 반도체 설계를 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어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통신(IT) 기업 소니와 캐논, 닌텐도, 도시바, 후지쯔 모두 팹리스에 반도체 칩 설계를 맡기지 않고 직접 합니다. 가온칩스도 세트사를 공략하면서 입지를 넓혀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가온칩스 측은 미국 법인 수주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당장 빠르게 성과가 나오는 산업은 아니지만 프로모션을 계속 열심히 하고 있고 실적이 나와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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