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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에이디테크, 디자인하우스 재조명에 '투심 집중'

삼성전자 파트너 협약 분기점, 박준규 대표 "초격차 경쟁력 확보 기업가치 제고"

김혜란 기자  2024-04-18 23:51:2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반도체 디자인하우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최근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2014년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주요 변곡점에서 크게 점프업을 이루긴 했지만 4만원 대를 넘긴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장중 5만2200원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그만큼 많은 투자자의 주목을 받은 종목입니다.

사실 에이디테크놀로지는 최근 부진한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보다 39% 감소한 1002억원을 기록했고 적자전환했는데요, 부진한 실적에도 주가 상승 기세가 무섭습니다.

2014년 12월 1만4000원에서 출발한 주가는 18일 오후 1시 현재 4만14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돌파한 것도 올해가 처음입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66배인데요. 그만큼 시장에서 에이디테크놀로지의 가치를 높게 보고 투자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외국인 보유율은 올해 들어선 계속 줄고 있습니다. 외국인 보유율이 한때는 8%를 넘은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날 종가기준으론 1.25%로 줄었는데요, 일단 기관과 개인의 순매수세가 최근의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네이버융
◇Industry & Event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보면 크게 출렁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바뀌는 시점이 있었는데요, 2020년 대만 TSMC의 가치사슬협력자(VCA)에서 삼성전자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로 전환하는 결정이 있을 때가 그랬습니다.

그리고 올해 역시 그렇습니다. 올해는 디자인하우스가 크게 조명받는 한 해인 것 같습니다. 디자인하우스는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와 파운드리(위탁생산)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며 팹리스가 설계한 칩이 파운드리에서 생산될 수 있게 설계도면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최근엔 그 역할이 크게 확대됐는데요, 팹리스가 핵심 칩 하나만 설계하면 반도체 시스템온칩(SoC) 형태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플랫폼'을 완성해 주는 역할을 디자인하우스가 하게 된 것입니다. 팹리스의 개발 속도를 단축시켜주는 디자인하우스의 중요도가 부각된 것이지요.

여기에 국내 디자인하우스의 해외 수주 성과가 잇달아 전해지면서 그 온기가 주식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습니다. 가온칩스가 대표적인데요, 에이디테크놀로지와 같은 DSP인 가온칩스가 지난 2월 일본 인공지능(AI) 스타트업 프리퍼드네트웍스(PFN) 직접 영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가온칩스 일본 법인이 PFN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하도록 유치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에이디테크놀로지도 지난해 10월엔 독일 인공지능(AI) 반도체 전문기업 비디안티스(Videantis)와 첨단 자율주행 시스템온칩(SoC) 개발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수주 성과가 이미 있습니다. 박준규 에이디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달 더벨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박 대표는 "올해 미국법인이 직접 수주한 결과를 기대할 만하다"며 "작년까지 많은 잠재적 고객사와 논의를 이어왔다"고 말했습니다.

가온칩스처럼 에이디테크놀로지도 앞으로 해외 수주 성과를 가져올 것이고, 이것이 주가 상승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에이디테크놀로지 사옥(에이디테크놀로지 홈페이지)

◇Market View

최근 증권가에서 디자인하우스에 대해 조명한 리포트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지난 3월 신한투자증권에서 발간한 '디자인하우스/IP, 한국형 실리콘 쉴드 가동'이란 보고서인데요.

허성규 신한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만 파운드리 TSMC 대비 삼성전자의 디자인하우스, 설계자산(IP) 생태계는 열위지만 공백을 메우는 과정에서 관련 업체의 성장을 예상한다"면서 "TSMC VCA 중 유의미하게 성장한 디자인하우스 업체는 지유씨(GUC), 알칩(Alchip)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 DSP 중 파운드리와 동반 성장하는 업체 역시 소수라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자인하우스 중 가온칩스, 에이직랜드, 에이디테크놀로지를 주목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양산 중인 고객사, 선단공정 수행 경험 등을 고려했을 때 세계적인 디자인하우스인 GUC, 알칩과 유사한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허 연구원의 진단입니다.

◇Keyman & Comments

에이디테크놀로지는 박준규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2021년 6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에이디테크놀로지의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주주나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박 대표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서면으로 질문하고 답변을 받았는데요. 최근 주가 상승 원인에 대한 회사의 생각을 물었습니다. 박 대표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긍정적인 동향, 디자인하우스의 역할 확대, 에이디테크놀로지의 본격적인 해외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앞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ARM의 토탈 디자인 프로그램 파트너로 선정돼 칩 디자인 서비스 역량을 강화했다"며 "글로벌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 칩 고객들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된 플랫폼 개발을 위해 14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2나노 공정에 맞춰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대표는 "올해 설계 인프라를 고도화하기 위해 서버와 관련장비 등에 200억원 이상 투자해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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