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증자는 주가에 호재일까 악재일까. 인쇄회로기판(PCB)을 제조하는 코스피 상장사 이수페타시스가 진행 중인 공모 유상증자는 지금까지 후자로 평가받는다. 증자 공시 뒤 주가는 예정 발행가(2만7350원) 아래로 내려갔다. 본업과 무관한 이종 산업 인수·합병(M&A) 이유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증자대금(5500억원) 중 55%(2998억원)를 코스닥 상장사 제이오 경영권 인수에 쓴다. 제이오는 플랜트 설계·조달·시공(EPC)과 2차전지 도전재(양극 활물질과 음극 활물질 간 전자 이동을 촉진시키는 물질)인 탄소나노튜브(CNT)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나머지 45%(2500억원)는 PCB 증설 자금으로 사용한다.
증자 명분은 두 가지다. PCB 단일 사업 탈피, PCB 전방 산업 수요에 대응한 설비 증설.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설비 투자금 조달에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제이오 인수자금 조달에는 의문 부호를 달았다. 잘나가는 2차전지 기업들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견디는 난국에 밸류체인 진입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사업 다각화를 오랜 기간 고민했다. PCB 사업은 이익 변동성이 컸다. 이수페타시스는 2017~2021년 순손실을 지속했다. 2022년과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각각 1025억원, 477억원이다.
장고 끝에 2차전지 도전재로 산업이 개화한 CNT에 주목했다. 제이오는 CNT 파우더를 합성하고 양산할 수 있는 기술력 지닌 곳이다. 매출 안정성, 향후 성장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인수 대상으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수페타시스는 CNT 수요 확대 가능성을 높게 봤다. 2030년 제이오 예상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6000억원이다. 현재 약 7000억원으로 추산되는 리튬이온배터리(LIB) CNT 시장 규모가 2030년 2조9000억원까지 커져야 가능한 일이다. 올 3분기 제이오 매출은 681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업황이 어려운 시기 2차전지 소재 업체를 인수하는 역발상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자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한층 정교한 '사업 다각화 전략'을 선보였다면 공모 증자로 M&A 재원을 조달하는 행보가 순항하지 않았을까. 다가올 전기차 시대를 의심하는 투자자는 없다. 달리는 호랑이 등에 타겠다는 기업도 많다. 산전수전 겪은 주주들도 이제 스마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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