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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 재무점검

서희건설, 넉넉한 곳간 활용 '대여·투자' 활발

지주택 PF 우발채무 부담 미미, 부채비율 70% 수준…지난 2년 자사주 취득 500억 투입

신상윤 기자  2025-01-31 07:20:19
중견 건설사 서희건설은 부동산 PF 우발채무에선 비교적 자유롭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주력인 데다 원가율을 낮춰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면서 유동성을 넉넉히 가져가고 있다. 축적된 현금성 자산은 비교적 다양하게 활용된다. 본업 외에도 신규 사업 투자나 상장주식 단기 운용, 자기주식 취득 등에 사용하고 있다.

특히 자기주식 취득엔 지난 2년간 500억원을 쏟으며 광폭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자기주식 활용 계획은 미정이다. 올해부턴 인적분할시 대주주 지배력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활용처를 두고 눈길이 쏠린다.

◇'지주택' 중심 덕 PF 부담 미미, 부채비율 70%대 개선 지속

서희건설의 지난해 3분기 말 부동산 PF 우발채무 보증금액은 2753억원에 달한다. 다만 부동산 개발 목적의 시행법인 '산정공원개발'을 제외하면 서희건설의 PF 신용보강은 대부분 지역주택조합에 제공돼 있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세대주인 실소유자를 중심으로 구성되고, 통상 토지 소유권도 95% 이상 확보된 경우에 사업이 승인된다. 일반적인 부동산 PF 사업과 달리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편이다.

조합원을 제외한 일반 분양만 성과를 내면 건설사로서도 재무적 부담이 크진 않다. 서희건설은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매출액 1조1137억원, 영업이익 17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8.9%, 영업이익은 34.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8.3% 증가한 122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도 15.5%를 기록해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원가율 관리에서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지역주택조합 특성 덕에 얼어붙은 분양 시장에서도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수주잔액도 1조9320억원 수준이다. 2023년 말 2조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데 그친다.

재무건전성을 평가할 수 있는 부채비율도 개선된 모습이다. 지난해 3분기 말 서희건설 부채비율은 70.2%다. 2023년 말 82.4%보다 개선됐다. 2020년 말 132.5%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 차입금 규모도 줄고 있지만 안정적으로 순이이익을 창출하면서 자본총계가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유자금 활용 투자·대여 확대, 자사주 매입도 활발

양호한 재무건전성은 넉넉한 현금성 자산으로도 엿볼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서희건설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자산은 667억원이다. 2023년 말 2200억원 상당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여유자금을 장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한 영향이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말 장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860억원이다. 2023년 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3분기 거둬들인 이자수익만 113억원을 웃돈다. 단순히 곳간에 현금을 축적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를 통해 영업외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특히 서희건설의 주식 투자 성과는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서희건설이 보유한 상장주식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758억원에 달한다. 한 때 14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이 주식 투자에 활용되기도 했었다. 서희건설이 투자한 주식으론 국내의 삼성전자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있지만 엔비디아나 테슬라, MS, 아마존닷컴, 알파벳 같은 해외주식도 포함된다.

서희건설의 주식 투자는 이봉관 회장의 셋째 딸 이도희 미래사업본부 실장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검사로 근무하다 서희건설에 입사해 언니들과 함께 경영 수업을 받는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세 딸은 모두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주요 구성원이다.

서희건설의 여유자금 활용은 자기주식 취득에서도 엿볼 수 있다. 2023년부터 최근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100억원 규모씩 시장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한 것이다. 지난 11월 말 기준 서희건설이 직접 혹은 위탁 보유한 자기주식의 지분율은 16.6%다. 최근 자기주식 활용의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서희건설 활용 방안 등을 두고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서희건설은 관계사 등에 1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대여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써밋홀딩스란 자회사에 378억원에 달하는 대여금이 잡혀있다. 부동산 시설관리 등의 목적인 법인이지만 최근 몇 년간 매출 실적은 없다. 써밋홀딩스를 비롯해 유성티엔에스 등 주요 계열사에도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을 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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