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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건설사 재무점검

'재무개선 속도' 태영건설, 추가 유동성 확보 방안은

자본잠식 해소 후 부채비율 낮춰…자산매각·PF 사업장 정리 '진행형'

박새롬 기자  2025-01-24 07:23:53
태영건설이 기업 재무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한 지 1년 만에 빠른 속도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산 매각을 단행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공공공사 수주를 통해 안정적 수익원을 확보하고, 분양도 개시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다만 체질개선을 위해 제시했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는 과제로 남아있다.

◇계열사 매각·출자전환으로 부채비율 개선…경영 정상화 노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3년 말 자본잠식을 기록한 태영건설은 지난해 3분기 말 부채비율 747.7%를 기록했다. 2023년 말 1154.2%와 비교해 빠르게 개선되는 추세다.

부채 총계도 2023년 말 5조80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조366억원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총 자본은 마이너스(-) 4402억원에서 539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총 차입금 규모는 2조7000원에서 1조8300억원으로 32% 줄었다.

부채에서 단기성 유동부채가 크게 줄었다. 2023년 말 3조4850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2조3927억원으로 9개월 사이 1조원 넘게 감소했다. 단기차입금이 지난해 1분기 말 1조1359억원에서 6개월 뒤 2075억원으로 9000억원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다. 같은 기간 매입채무도 1조236억원에서 6433억원으로 37.5% 감소했다.

현금흐름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3억원으로 나타났다. 2023년 말 -3023억원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현금보유고도 소폭 늘었다. 2023년 2246억원에서 2024년 3분기 말 2581억원으로 14.92% 증가했다.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68억원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2023년 연간 4045억원 영업적자 대비 큰 폭 개선됐다. 2022~2023년 연속으로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다가 2024년 3분기 말 누적 99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밖에 이자비용은 2023년 말 1906억원에서 2024년 3분기 1313억원으로 31.11% 줄였다. 2022년 1645억원, 2023년 6691억원으로 치솟았던 판관비도 지난해 3분기 1342억원으로 79.94% 감소했다.

태영건설은 2023년 12월 워크아웃 신청 후 자구책으로 주요 계열사 매각과 출자전환 등을 제시했다. 이후 지난해 5월 '블루원 디아너스CC'를 3300억원에 매각하며 보유자산 매각을 본격화했다. 9월에는 여의도 사옥을 2251억원에 매각했고, 10월에는 블루원 루나엑스CC를 1956억원에 매각했다. 12월에는 환경기업 에코비트가 2조700억원에 매각 완료됐다. TY홀딩스에 정산된 현금은 중간배당액 1059억원 수준이다.

황선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자산 유동화와 비용 절감, 출자전환 등을 실천하며 재무구조를 빠르게 개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태영건설은 앞서 2023년 말 연결기준 자본총계 -5617억원으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무담보 채권자의 출자전환과 지주사의 영구채 발행을 통해 자본을 추가로 확충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자산총계 2조7556억원, 부채총계 2조3508억원, 자본총계 4048억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했다. 이달 14일에는 워크아웃 이후 두번째로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금융채권을 출자전환하는 방식이다.

자본잠식이 해소되며 주식거래가 정지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31일 거래를 재개했다. 다만 거래 첫 날 6000원대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현재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2300~2400원 수준이다. 23일 코스피 시장에서 태영건설 주가는 전 거래일(2300원)보다 2.61% 떨어진 224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추가 자산매각·PF 부실 사업장 정리 '과제'

태영건설은 여전히 높은 부채비율 등으로 인해 추가적인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남은 보유자산 매각 시점에도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상반기 한 차례 무산됐던 '테이크호텔 광명' 매각도 다시 추진 중이다. 현재 매각 주관사를 선정한 상태로 상반기 중에 거래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실 PF 사업장 정리도 앞으로 중요한 과제다. 지난해 기업개선계획을 통해 본PF 사업장 40곳 중 32곳, 브릿지론 사업장 20곳 중 1곳을 제외한 나머지 27곳에 대해 시공사를 교체하거나 경공매로 정리하기로 했다.

태영건설은 지금까지 총 60곳의 PF 사업장 중 전주에코시티15블럭 외 10개 사업에서 PF대출 상환 또는 사공사 교체를 통해 보증채무를 해소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3구역 개발사업은 지난해 7월 GS건설에 시행사 지분을 1930억원에 매각하고 시공권을 넘겼다. 같은해 11월에는 울산 반구동 공동주택 조성사업과 부산 연제구 삼보아파트 가로주택정비사업 도급계약을 해지했다.

지난해 9월 준공한 서울 마곡지구 원그로브(CP4)도 다음달이면 공사비 잔금 정산이 이뤄져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F 사업장 중 한 곳인 대구 동구 신천동 동부정류장 후적지 개발사업(더 팰리스트 데시앙)도 최근 분양을 시작해 리스크를 낮추고 있다.

다만 고금리와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경·공매를 통한 사업장 정리는 더딘 상황이다. 성수동 오피스 1차 사업장은 지난해 5월 공매로 나와 유찰을 거듭했다. 이후 코람코자산운용이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동산 PF 정상화 펀드를 통해 선순위 브릿지론 채권을 인수하며 재구조화에 나섰다. 아직까지 공매로 다시 나오지는 않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안정적 수익이 보장되는 관급 공사 수주를 이어가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서산영덕고속도로 대산-당진 3공구 건설 △옥정-포천 광역철도 1공구 건설 △강원 춘천공공하수처리시설 이전·현대화 사업 등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공사 시공권을 확보했다.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 조직도 슬림화했다. 지난해 상·하반기 강도 높은 조직 재편을 두 번 진행했다. 하반기 인사에서는 본부급 조직이 4개로 줄고 수장 절반이 교체됐다. 대표 직속이자 최고 안전책임자(CSO)를 겸하는 안전보건실장도 교체됐다. 기업개선계획의 일환으로 제시했던 임원 수 감축과 임원 급여 3년간 삭감, 직원 급여 동결과 직무대기 등의 자구방안도 실행하고 있다.

태영건설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기업개선계획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며 "워크아웃 기간 동안 남은 PF 사업장 정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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