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의 주류 전문 자회사 신세계L&B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교체했다. 마기환 대표 취임 후 이뤄진 첫 임원인사다. 제주소주를 매각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임원급 인물을 새로 배치해 재무 조직에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엘앤비는 지난달 홍성수 상무를 신임 지원담당으로 선임했다. 신세계엘앤비의 지원담당은 재무, 인사 등 경영지원 조직을 총괄하며 사실상 CFO 역할을 하는 자리다.
홍성수 상무는 1973년생으로 강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0년 신세계 이마트부문에 입사했다. 2008년 12월부터 이마트 부문 재무담당 회계파트장으로 일했고 2011년 12월에는 신세계그룹 컨트롤타워였던 경영전략실로 이동해 기업윤리사무국 과장으로 활동했다.
이후 약 9년간 CSR(사회적 책임) 분야 경력을 쌓다가 2023년 9월 이마트 손자회사인 W컨셉코리아 지원담당(CFO)으로 선임됐다. W컨셉코리아에서 판관비 효율화 등 수익성 개선에 힘쓰며 영업이익률을 2023년 0.81%에서 2024년 2.52%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홍 상무 선임 전 신세계엘앤비는 CFO 역할을 하는 임원이 없었다. 기존 지원담당을 맡던 강성원 담당의 직급은 수석부장이었다. 신세계엘앤비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문가를 내려 보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된 인사로 풀이된다.
홍 상무가 이사회에도 합류하게 되면서 재무 조직에 더욱 힘이 실렸다. 신세계엘앤비는 최근 홍 상무와 유지훈 해외소싱담당을 신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현재 신세계엘앤비 이사회는 마기환 대표를 비롯해 강성원 사내이사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신세계앨앤비는 본업인 와인사업 경쟁력 강화와 부실 포트폴리오 정리에 주력하고 있다. 2024년 10월 신세계엘앤비 출신인 마기환 나라셀라 영업마케팅총괄을 재영입해 대표로 선임했다.
앞서 9월에는 '제주소주'를 오비맥주에 매각하며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섰다. 이마트는 2016년 제주소주를 인수해 소주사업에 진출했으나 높은 진입장벽을 뚫지 못하고 국내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비주력 사업을 떼어내고 와인 유통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2025년 1월과 2월 와인앤모어 신규 점포를 잇달아 오픈하며 경쟁력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새롭게 구성한 경영진을 중심으로 호흡을 맞추면서 와인앤모어 브랜드 확장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오랜 실적 부진으로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홍 상무의 주요한 과제다. 신세계엘앤비의 2024년 매출액은 1663억원으로 전년대비 8% 감소했다. 2년 연속 약 50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된 순손실로 자본총계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신세계엘앤비의 자본총계는 2022년 543억원에서 2023년 489억원, 2024년 429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9.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