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안정성을 보는 잣대 중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현금'이다.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고 현금흐름이 양호한 기업은 우량기업의 보증수표다. 더벨은 현금이란 키워드로 기업의 재무상황을 되짚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SK넥실리스가 말레이시아법인(SK Nexilis Malaysia Sdn. Bhd.)을 활용해 1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다. 말레이시아법인 지분 일부를 일본 도요타통상에 넘기는 방식이다. 도요타통상은 과거 SK넥실리스와 북미 공동 진출을 논의했던 곳으로 SK넥실리스 입장에선 파트너십 재확인과 자금조달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동시에 잡았다.
이번에 지분 일부를 넘긴 말레이시아법인은 SK넥실리스의 핵심 사업장 중 한곳이다. SK넥실리스는 국내 전북 정읍과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에 동박 생산시설을 두고 있는데 이중 말레이시아법인이 처음으로 출범한 해외 거점이었다. 2023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한 말레이시아법인의 총 생산능력은 5만7000톤 규모로 글로벌 최대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방시장인 이차전지 산업 성장세가 둔화하며 말레이시아법인을 포함, SK넥실리스 연결 실적도 감소했다. 이익을 내지 못하던 말레이시아법인은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17배 이상 증가한 305억원을 기록하며 성장한 듯 보였지만 같은 기간 순손실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법인의 순손실은 291억원이었다. 또다른 해외 사업장인 폴란드법인(SK Nexilis Poland sp. z.o.o.)의 경우 연간 1억원 미만의 매출만 내고 있으며 순손실 규모는 100억원에 이른다.
이렇듯 핵심 사업장인 말레이시아법인의 손실 확대는 SK넥실리스의 연결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SK넥실리스는 지난해 1676억원의 연결 영업손실을 냈는데 이는 전년도 영업손실(682억원)의 2배 이상 규모다. SK넥실리스 본사 별도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요 자회사의 수익성까지 떨어지며 손실 규모가 불어났다.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의 마이너스(-) 폭이 커지며 운영자금 조달이 필요했던 상황이기도 하다. SK넥실리스의 별도 NCF는 2023년 마이너스로 전환했고 전기차 캐즘이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528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SK넥실리스의 별도 현금성자산 규모는 51억원으로 10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올해 1분기에도 -1067억원의 별도 NCF를 기록하며 영업활동에서만 1000억원 이상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연결 기준 NCF 역시 비슷한 흐름으로 2023년 -1359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고 지난해에는 -1303억원를 기록했다.
SK넥실리스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 전경(사진=SK넥실리스)
이렇듯 현금 유출 상태가 이어지면서 회사는 자금 조달 방안의 하나로 자회사 지분 매각을 택했다. 이미 지난 4월 이사회에서 말레이시아법인 지분 매각을 승인했고 이후 두달여만에 도요타통상을 매각 대상자로 선정, 1500억원을 받고 지분 일부를 넘겼다. 매각한 지분의 규모 자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요타통상은 일본 도요타그룹의 무역상사 회사다. 아르헨티나 리튬 공급 등 이차전지 원재료 공급 사업을 영위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도요타자동차와 미국에 이차전지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법인 투자 유치를 통해 도요타통상과 협력·공급 관계를 다지게 됐다.
SK넥실리스는 이번 투자 유치 외에도 이전부터 도요타통상과 협력 확대 방안을 모색했다. 두 회사는 약 2년 전부터 북미 합작사 설립을 검토했다. 도요타통상이 원재료 공급의 주체로 나서고 SK넥실리스는 생산 노하우를 이식하는 방식 등으로 북미에 신설 법인을 구축할 계획이었다. 다만 전기차 캐즘 여파가 오랜 기간 길어지며 논의를 진전하지 못했다.
대신 이번에 SK넥실리스가 도요타통상에 말레이시아법인의 지분을 일부 넘기고 회사는 15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며 양사 파트너십을 재확인했다. SK넥실리스는 이번 협력을 기반으로 말레이시아법인의 공급망을 보다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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