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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CFO 교체' 차입금 관리·조달역량 강화 초점

이형석 전무 "회사 개선에 기여할 것"…글로벌 자금 확보 '정조준'

이재빈 기자  2025-06-30 07:15:06
현대건설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의 노림수는 재무건전성 제고다. 최근 몇년간 재무비율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형석 전무가 CFO를 맡았던 현대캐피탈은 안정적으로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신용등급을 올렸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전무가 현대건설에서도 같은 결과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달 포트폴리오 확대라는 중책도 이 전무에게 부여됐다. 대규모 개발사업과 해외 공사를 다수 수행하고 있는 현대건설 입장에서는 이 전무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 2년새 8488억 늘어, 공사비회수·선별수주 강화 맡는다

이 전무는 27일 더벨과의 통화에서 "이제 막 발령이 났기 때문에 아직 재무건전성 관리계획에 대해 설명하기 어렵다"면서도 "최선을 다해 회사가 개선될 수 있도록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개선해야 할 첫번째 분야는 차입금 규모 관리다. 2022년 말 1조5213억원이었던 현대건설의 별도기준 차입금 규모는 2023년 말 2조8억원, 2024년 말 2조3701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25년 1분기 말 기준 차입금은 2조3008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장 크게 늘어난 항목은 유동성장기부채다. 2022년 말 4302억원이었던 수치는 2023년 말 2704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말 9201억원으로 급증했다. 1분기 말 기준 수치는 9175억원이다. 2023년 말 1조2072억원에 달했던 사채와 4232억원에 달했던 장기차입금의 만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장기차입금을 조달한 결과로 풀이된다.

차입금 증가의 원인은 영업활동 현금흐름 적자다. 각 회계연도 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2022년 마이너스(-) 3253억원, 2023년 마이너스(-) 8343억원 등이다. 지난해 말에는 3455억원 흑자를 기록했으나 2025년 1분기 말 7149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큰폭으로 현금이 유출됐다.

대규모 현금 유출은 현금유동성 감소로 이어졌다. 1분기 말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조4170억원, 단기금융상품은 845억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말 대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7372억원, 단기금융상품은 12억원 감소했다.

공사비 회수 지연이 지속적인 현금흐름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1분기 말 기준으로 보면 매출채권 증가로 3277억원, 계약자산(미청구공사) 증가로 2874억원, 기타채권 증가로 1658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공사를 수행하고도 대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현금이 유출됐다는 의미다. 재무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는 결국 투입된 자금의 회수율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전무는 현대캐피탈에서 CFO로서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21년 말 2.24%였던 현대캐피탈의 무수익여신잔액 비중은 2022년 말 2.21%, 2023년 말 2.2%, 2024년 말 2.18%로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다. 덕분에 현대캐피탈의 레버리지 배율은 2022년 말 7.3배에서 지난해 말 6.7배로 개선됐다. 이 과정에서 신용등급이 AA(긍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개선됐다.

캐피탈사 자산건전성을 가늠할 때 주로 사용되는 무수익여신잔액 비중은 전체 자산 중 원금이나 이자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돼 회수가 불투명해진 채권의 비율을 의미한다. 건설사의 공사비채권과 마찬가지로 회수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 위주로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연체 사업장 자금회수가 이뤄져야 개선될 수 있다. 이 전무는 캐피탈사에서 근무하며 지표를 개선했던 경험을 토대로 현대건설의 공사비 회수는 물론 신규 사업장 수주 업무도 직접 관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서 조 단위 자금 확보 필요, 조달 포트폴리오 확대 '중책'

현대건설의 자금조달 역량 제고도 이 전무에게 부여된 과제다. 당분간 국내는 물론 글로벌시장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먼저 국내에서는 조단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조달이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은 현재 이마트 가양점 개발과 남산 힐튼호텔 개발, 강남 르메르디앙호텔 개발 등의 사업에서 본PF 조달을 이끌어내야 한다. 모두 총 사업비가 조 단위에 달하는 프로젝트다.

이마트 가양점 개발사업은 당장 오는 하반기 본PF 전환이 예정돼 있다. 현대건설은 7월 착공 후 8월 자금조달을 추진할 예정이다. 브릿지론 규모만 864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올해 초 2조8000억원 규모 본PF를 조달한 가양동 CJ부지 개발사업의 브릿지론이 1조737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마트 가양점 개발사업도 조 단위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힐튼호텔 개발사업은 2조6000억원의 추가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지난 5월 2조2000억원 규모 1차 본PF 조달을 마쳤지만 조달해야 하는 자금 총액이 4조8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2차 조달은 지난 5월 시작된 철거공사가 마무리된 후 이뤄질 예정이다.

9500억원 규모 브릿지론을 사용하고 있는 강남 르메르디앙호텔 개발사업은 내년 5월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 단위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통상 현대건설같은 대형 시공사는 재무조직이 부동산 PF를 직접 조달 및 관리한다. 이마트 가양점 개발사업의 경우에도 현대건설이 본PF 주관사 선정을 비롯한 주요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다. CFO의 역량에 따라 현대건설이 부담해야 할 우발부채 규모와 대출조건은 물론 조달 성사 여부도 갈릴 수 있는 셈이다.

해외 자금조달 네트워크 확대도 이 전무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다. 현대건설이 글로벌 시장에서 활발한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공사를 수행할 때는 달러를 비롯한 해외 화폐가 필요하기 때문에 글로벌 자금조달 역량이 공사의 수익성와 직결된다.

현대건설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플랜트 등 에너지 분야는 물론 도로와 항만 발전소 등 인프라 분야에서도 해외 수주를 지속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 해외 플랜트·에너지 분야의 매출은 1조6666억원으로 전체의 22.2%를 차지한다. 또 해외건축은 9272억원(12.4%), 해외토목은 3978억원(5.3%)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한 셈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형석 CFO는 현대캐피탈에서 해외 사업 관리와 재무기획 및 금융 조달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발휘해 신용등급 상향과 견고한 재무구조를 확립을 이끌어냈다"며 "이번 인사로 원전 사업을 포함한 글로벌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한편 재무 건전성과 금융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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