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하던 제약사 케어젠이 연초에 이어 또 한 번 시장과의 소통에 나섰다. 경구형 펩타이드 비만 건강기능식품 '코글루타이드'의 임상 결과를 투자자들에게 선보이면서 상업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비대면 컨퍼런스콜을 통해 대면 소통을 최소화했던 과거와 대비되는 행보다.
최근 3조원 안팎까지 성장한 기업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코글루타이드의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 속 주가 부양에 힘을 실으려는 의도다. 상승한 지분가치를 활용해 최근 줄어든 현금성자산을 보완하기 위한 자사주 활용법도 주목된다.
◇한 달 새 주가 49.2% 상승, 코글루타이드 임상 결과 기대감 반영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케어젠의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 사이 2조7000억원을 넘어서며 빠르게 증가했다. 지난달까지 3만원대를 오가던 주가는 이달 14일을 기점으로 급등했다. 29일 종가는 5만1100원으로 6월 30일 종가인 3만4250원 대비 49.2% 올랐다.
GLP-1 기반 경구형 펩타이드 제품 '코글루타이드(Korglutide)'의 임상 결과 발표에 따른 매출 확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케어젠에 따르면 코글루타이드는 기존 주사형 GLP-1 제제와 달리 경구 복용이 가능한 건기식 형태의 펩타이드다.
정용지 케어젠 대표.
케어젠 자체적으로도 시장의 기대감을 주가 상승으로 연결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오크우드 프리미어 IT 스퀘어에서 IR 행사를 열고 '코글루타이드'의 임상 결과를 투자자들에게 공개했다. 임상은 비만 또는 제2형 당뇨를 동반한 성인 100명 대상 12주 동안 하루 1회, 100mg을 경구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케어젠에 따르면 임상 결과 코글루타이드 복용군은 평균 체중이 10.75%, 체질량지수(BMI)가 10.83%, 당화혈색소(HbA1c)가 0.9% 감소를 기록했다. 주요 지표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고 비만 단독군과 제2형 당뇨 동반군에서 유사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특히 케어젠은 코글루타이드 복용군에서 감량된 체중의 약 71.9%가 체지방 감소였고 근육 손실은 2.9%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기존 주사형 GLP-1 치료제에서 문제로 지적됐던 근감소 부작용을 코글루타이드를 통해 개선했다고 강조했다.
케어젠은 이번 임상 결과를 기반으로 코글루타이드의 글로벌 상업화 전략을 본격화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멕시코 IFA셀틱스와 58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연내 미국 FDA의 NDI(신규건강기능식품원료) 등록 후 북미 시장 진출에도 나선다.
◇건물 매입·배당 수백억 투입, 자사주 소각 의무 법제화 주목
케어젠은 연이은 임상 성과 발표를 통해 건기식의 상업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다만 매출 확대는 이와 별개로 증명해야 할 과제로 분석된다. 케어젠은 2022년 디글루스테롤을 주원료로 한 혈당관리 제품 프로지스테롤을 출시해 건기식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기대에 비해 건기식 제품의 매출 성장세는 아직 요원하다. 케어젠의 올해 1분기 매출 213억원 가운데 81%는 여전히 전문테라피와 코스메슈티컬 등 기존 제품에 집중돼 있다. 프로지스테롤 등 건기식 매출은 28억원으로 13%에 불과하다.
케어젠의 작년 말 기준 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394억원으로 전년 454억원 대비 13.2% 감소해 수익성이 다소 저하됐다. 코글루타이드 외에도 근육 성장 건기식 마이오키, 펩타이드 신약 개발 등 신규 투자 확대에 따른 재원 마련이 관건으로 지목된다.
케어젠은 작년 한 해 신사옥 매입, 배당 등에 수백억원을 투입하며 현금성자산이 작년 1분기 1400억원 대비 900억원 이상 줄었다. 2023년 양수한 강남구 대치동 사옥 관련 잔금 585억원을 납입했다. 작년 한 해에만 약 313억원을 현금 배당하기도 했다.
물론 케어젠의 올해 1분기 기준 현금성자산은 492억원인 반면 총차입금은 0원으로 재무적 기반이 여전히 튼튼하다. 신규 투자 재원이 필요해 자금 조달에 나설 경우에도 외부 차입보다 내부 자산을 활용하는 전략을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계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면서 수년간 매입해 온 자사주의 처분 가능성도 주목된다. 케어젠의 올해 1분기 기준 자사주는 484만4216주로 발행주식의 총수 대비 9% 수준이다. 29일 종가 5만1100원 기준 2475억원 규모다.
한창수 케어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현장에서 더벨과 만나 "(자사주 처분에 대해)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관련해 확실하게 결정된 게 없는 만큼 쫓기지 않고 필요하면 주주의 동의를 받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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