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 해성산업이 자회사의 주가부진으로 첫 번째 청구기간에 교환사채(E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를 피하지 못했다. 차입을 통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둔 덕에 상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평가된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해성산업의 1회차 EB 투자자는 240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첫번째 청구기간에 전체 물량 384억원의 62.5%가 한 번에 청구됐다. 해성산업은 조기상환일인 오는 16일까지 행사 금액을 상환해야 한다.
해당 EB는 해성산업이 자회사 한국제지(구 세하)의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지난 2023년 8월 발행한 사채다. 매입 채무, 임금지급 등의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표면 이자율과 만기보장이자율은 각각 0%, 2%로 설정됐고 시가 하락에 따른 교환가액 조정(리픽싱)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투자자로는 △라이노스자산운용 △NH헤지자산운용 △GVA자산운용 등이 이름을 올렸다.
발행 조건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은 교환청구권 행사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한국제지 주가는 1200~1300원대였으며 교환가액(1318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한국제지 주가의 추가 상승에 베팅한 셈이다.
다만 주가는 EB 발행 후 우하향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1000원 미만으로 떨어진 이후 한 번도 1000원 이상의 주가를 회복하지 못했다. 이런 배경에서 투자자들은 풋옵션을 통한 원금 회수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부진한 주가 흐름은 실적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제지의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3억원 수준으로 집계됐지만 당기순이익은 40억원에 그쳤다. 영업외손실(141억원) 영향으로 외환차손과 파생상품거래 손실이 크게 발생한 데서 비롯됐다. 한국제지는 펄프 등 원재료를 대부분 수입하고 완제품·상품을 수출하면서 외화를 사용해 환율 변동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청구 금액에 대해서도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상환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지난 1분기 말 별도기준 해성산업의 현금성 자산은 18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기타금융자산 376억원을 더하면 1회차 EB의 전체 발행 금액(384억원)을 크게 넘어선다.
해성산업은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풋옵션 청구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별도기준 해성산업의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374억원 수준이었다.
주로 장기차입으로 현금을 충당했다. 지난 1분기 해성산업은 장기차입으로 200억원을 조달했다. 재무활동을 통한 현금 유입은 179억원으로 본업을 통한 현금 유입(12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사전에 자금을 마련해둔 덕에 풋옵션 상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해성산업은 △한국제지 △한국팩키지 △해성디에스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사업 지주회사다. 1990년대 금융계 큰손으로 유명했던 단우천 전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최근에는 3세 승계를 진행중인 상태로 단우영, 단우준 두 형제가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해성산업 측 관계자는 "장기차입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둔 상태"라며 "이번 풋옵션 물량은 보유 현금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