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는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자동화 솔루션 전문 기업 이삭엔지니어링이 상장 후 첫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다. CB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메자닌 발행으로 운영자금을 충당한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삭엔지니어링은 1회차 CB를 통해 100억원의 운영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투자자로는 △오라이언자산운용 △라이프자산운용 △수성자산운용 등이 나서 다음달 1일까지 자금을 납입한다.
표면이자율과 만기보장이자율은 모두 0%다. 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매도청구권(콜옵션)은 각각 30개월, 1년 뒤로 설계됐다. 발행 조건을 종합하면 발행사 우위 조건의 CB로 평가된다.
상장 이래 수익성이 부진한 상황에서 자금 조달에 나섰다. 상장 5년 차(2021년 상장)인 이삭엔지니어링은 2022년을 제외하면 매년 적자를 냈다. 적자 규모는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40억원을 웃돌아 재무 구조에 부담을 줬다.
부진한 수익성은 높은 매출원가 때문이다. 이삭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줄곧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지난해에도 연결기준 원가율은 93%로 집계됐다. 여기에 수십억원 규모의 판관비까지 더하면 사실상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이다.
높은 원가율의 원인으로는 고정비 부담이 크다는 점이 지목된다. △AI OT(운영기술, Operational Technology) △DS(산업용 소프트웨어, Digital Software) △DX(디지털 전환, Digital Transformation) 등의 사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이삭엔지니어링은 반도체·전자·철강 등 산업에 자동화 솔루션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IPO 당시에도 이를 주력 사업으로 내세웠다. 다만 자동화 솔루션 사업이 핵심축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년 전 전기·전자 제품 도매 매출이 일시적으로 늘었을 때는 해당 부문이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올해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게 내다봤다. 이삭엔지니어링은 지난 3월 1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조달한 바 있다. 당시에도 조달의 목적은 운영자금 확보였다. 약 5개월 사이에 200억원의 자금을 충당한 셈이다.
회사 측은 조달금을 토대로 올해 BEP(손익분기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자동화 솔루션 부문의 수주 잔고가 늘어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목표 달성까지 무리가 없다고 예상했다.
투자자들 역시 이삭엔지니어링의 실적 회복 가능성에 베팅한 듯하다. 1회차 CB의 전환가액(6668원)은 6300~7600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제로금리와 콜옵션 조건까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주식 전환을 통한 수익 실현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자료=네이버증권
이삭엔지니어링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투자은행(IB)로부터 다수의 CB 발행 제의가 들어왔다"며 "BEP 달성을 위한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올해도 좋은 조건으로 제의가 들어와 CB를 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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