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유동성 풍향계

'무차입 경영' 오리온, CAPEX 투자 '자체 현금' 소화

운영상 필수 부채 외 이자 부담 차입금 제로…순현금 기반 선순환 구조 안착

정유현 기자  2025-08-27 15:53:39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오리온이 상반기 금융권 차입을 모두 상환하며 무차입 기조를 재확인했다. 당초 차입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현금창출력이 충분해 부채를 유지할 유인이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성 자산도 1조원에 육박하는 만큼 향후 진천 통합센터 건설 등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도 외부 조달 없이 자체 현금으로 소화할 계획이다.

◇상반기 소규모 차입 전액 정리, 지주사 전환 후 부채 점진적 정리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리온은 상반기에 '유동성 금융기관 차입금' 11억4861만원을 전액 상환하며 운영에 필요한 매입채무 등을 제외하고는 이자 부담성 차입금은 제로가 됐다. 운영 편의상 활용한 소규모 단기차입으로 재무구조에 영향을 줄 만한 성격은 아니었지만 정리를 한 것이다.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도 같은 성격의 차입금이 없는 상태다.

오리온은 공식적으로 '무차입 경영' 기조 유지를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2017년 지주사 전환 이후 점진적으로 부채를 줄이며 재무 체력을 키웠다. 현재 오리온 법인은 오리온홀딩스(옛 오리온)에서 인적분할해 신설된 법인이다. 옛 오리온의 차입금을 승계받으며 2017년 말 기준 총 차입금이 6000억원에 육박했다.


당시에는 현금성 자산과 단기 예치금 규모가 차입금보다 컸지만 전액을 일시에 상환하기보다 매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갔다. 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 시장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면서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6년 1조원을 웃돌던 중국 매출은 2017년 7985억원으로 41% 축소됐다.

이에 따라 오리온은 현금 방어력을 유지하면서 매년 1000억~2000억원 규모로 차입금을 줄였다. 회사채로 빌린 돈만 2017년 3293억원이었는데 이 부채도 차환없이 상환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2024년 말 기준 운영상 필요한 부채 외에 남아있던 금융기관 차입금이 11억원 수준이었다.

이 같은 상환 여력은 견조한 영업 현금흐름이 뒷받침된 덕분이다. 베트남과 러시아 등 신흥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국 시장의 사드 충격을 완화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국내외에서 안정적인 제과 수요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2020년 중국 매출도 1조원을 회복했고 베트남과 러시아 법인이 효자로 자리 잡으며 현금 창출력도 한층 두터워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해외 법인의 성과에 따라 호실적을 기록했다. 상반기 법인별 실적을 살펴보면 중국 법인 순매출이 6330억원으로 한국 법인(5737억원)을 앞섰다. 베트남 법인(2309억원), 러시아 법인(1480억원) 등 주요 해외법인도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 비중은 63%에 달한다.

◇연결 기준 가용 현금 약 1조원 규모, 중장기 투자 현금 창출력 활용

제조업 기반의 소비재 산업 특성상 오리온은 순이익과 영업활동현금흐름의 괴리가 크지 않다. 최근 3년 간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동반 상승했다. 2024년 연결 기준 5332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창출하면서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약 6515억원을 기록하며 재무 체력을 입증했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오리온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922억원 규모다. 단기 금융 예치금 4972억원을 포함하면 가용 현금은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출 증대 및 내수 확장을 위해 4600억원 규모의 진천 통합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해외 시장에도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 옌퐁공장(2공장) 내 신공장을 건설 중이며 3공장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4공장 부지까지 확보했다. 이를 포함하면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에 총 83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다.

현금 수요가 많아지는 상황이지만 외부 조달 보다는 현금 창출력을 기반으로 내부에서 소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배당 등 주주환원도 강화하면서 순이익을 기반으로 현금을 축적하고 이를 투자와 환원으로 이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본업 경쟁력과 재무적 안정성에 기반해 연간 2000억원 이상의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넓히고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으로 진천통합센터 건설 등 국내외 중장기 성장기반 구축을 위한 투자는 해외 법인 배당금 등 내부 현금흐름을 활용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