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시멘트 차입금 구조가 단기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빚을 갚을 때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지 않고 새로운 빚을 내서 기존 빚을 갚는 행위를 짧은 기간에 반복하고 있다.
최근 단기금리가 낮아진 가운데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게 한일시멘트 측 설명이다. 시멘트 업황 악화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나선 것으로 보인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유동성차입금 비중을 더 늘렸다. 한일시멘트는 지난 5년간 30~40%대를 유지해 왔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유동성차입금 비중은 47%였다. 올해 6월 말 기준준 유동성차입금 비중이 67%로 치솟았다. 이 경우 차입금 대부분이 1년 내 만기라 상시 차환이 불가피하다.
현금커버리지 비율도 이 같은 상황을 보여준다. 현금커버리지 비율은 당장 갖고 있는 현금만으로 단기차입금을 얼마나 갚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올해 6월 말 기준 42%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현금커버리지 비율은 97%였다.
회사의 유동성을 알아보기 위해 현금커버리지 비율을 사용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유동비율이 시멘트 회사의 재무구조를 보여주는 데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유동비율은 111%로 2023년 160%를 기록한 이후로 꾸준히 떨어졌다. 유동비율은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통상 100% 이상이면 단기부채를 단기자산으로 안전하게 상환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시멘트 업계에서는 이런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
시멘트 회사는 시멘트를 한번 생산하면 일정량을 재고로 쌓아둔다. 이 재고는 전부 유동자산으로 잡히기 때문에 장부상 유동자산 규모가 자연스레 커진다. 또 주요 고객이 건설사·레미콘사라서 외상거래가 관행적으로 이뤄져 매출채권이 크게 잡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시멘트 회사의 단기 상환능력은 장부에 명시된 것보다 떨어진다. 실제로 현금비율을 보면 굉장히 낮은 편에 속한다. 한일시멘트의 현금비율은 2021년 7.25%를 찍은 후 올해 6월까지 0%대를 유지했다. 시멘트 업종의 특징 중하나여서 당장 부실로 해석하긴 이르다.
따라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통해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최근 상황은 좋지 못하다. 한일시멘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3년 2462억원에서 2024년 1316억원까지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약 545억원 수준으로 2024년 절반이 채 안 된다.
기업이 본업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으로 단기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지표는 영업활동현금흐름 대비 단기차입금 비율이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300%대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해 219%로 떨어졌다.
현 시점에 2025년 수치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기준 단기차입금이 기존 600억원 수준에서 151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다.
전략적으로 상시 차환을 택한 것이라고 해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피한 돌려막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줄거나 적자가 나면 차환만으로 버티게 되고 결국 총부채가 줄지 않아 레버리지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이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한일시멘트 단기차입금이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제 빚이 늘어서가 아니라 장기 차입을 단기로 갈아탔기 때문”이라며 “유동성 관리 차원에서 최근 금리가 내려가자 단기차입 형태로 재차입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