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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전략 분석

두산, 주담대로 늘린 실탄 1조 들고 SK실트론 베팅

①올 3분기 말 별도 유동성 1.2조, 두산로보틱스·두산에너빌리티 주식 담보로 차입 늘려

김형락 기자  2025-12-19 08:19:19

편집자주

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두산그룹 사업지주사 두산이 1조원 넘는 유동성을 들고 SK실트론 인수 우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두산은 올해 두산로보틱스,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인수·합병(M&A) 실탄을 쌓아뒀다. 원하는 가격에 협상을 마친 뒤 단기 상환 부담을 줄이는 차입 만기 장기화가 주요 과제로 꼽힌다.

두산은 올 3분기 말 별도 기준 유동성(현금성 자산, 장·단기금융상품 합산)이 전년 말(2145억원)보다 1조334억원 증가한 1조2490억원이다. 두산이 올해 예상하는 설비 투자액(1211억원) 10배 규모의 유동성을 들고 있다.

두산 별도 법인 유동성이 1조원을 넘긴 건 이례적인 일이다. 올해 사업지주사 주도로 M&A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증거다. 두산은 2021년 말 별도 기준 유동성을 5952억원까지 늘렸다가 2022년 말 4417억원, 2023년 말 2859억원, 지난해 말 2145억원으로 줄였다.


두산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SK실트론 인수에 관심이 없었다. 당시 SK실트론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해명 공시를 냈다. 지난 10월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SK그룹과 협상에 들어갔다. 지난 17일 SK는 두산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추가 실사와 세부 계약 조건을 협의하는 절차가 남았다.

두산그룹 유동성은 현금 창출원(캐시 카우)인 두산밥캣에 몰려 있다. 올 3분기 말 두산 연결 실체가 보유한 유동성은 4조4917억원이다. 이 중 1조9722억원 두산 손자회사인 두산밥캣 연결 실체가 들고 있다. 이밖에 자회사 두산에너빌리티 별도 법인이 2524억원, 자회사 두산로보틱스 연결 실체가 2110억원, 손자회사 두산테스나 별도 법인이 917억원, 손자회사 두산퓨얼셀 연결 실체가 751억원 규모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SK실트론 기업 가치는 연결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0배 규모인 5조원대로 거론된다. 여기서 2조7000억원 규모 차입금을 제외한 가치는 2조원 중반대다. 매각 대상 지분이 70.6%인 점을 감안하면 가격은 1조원 중후반대로 좁혀진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반영한 최종 가격 협상 결과에 따라 두산이 추가로 확보해야 할 인수대금이 정해진다.

두산은 올해 자회사 주식을 담보로 단기차입금을 늘려 M&A 재원을 만들었다. 올해 3분기까지 별도 기준 단기차입금 순증액은 1조1850억원이다. 지난 6월 두산로보틱스 지분 22.52%를 담보로 걸고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5500억원(이자율은 4.9%)을 단기로 빌렸다. 두산이 보유한 두산로보틱스 최대주주 지분(68.11%) 3분의 1가량을 담보로 활용했다.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최대주주 지분(30.39%) 절반가량도 장·단기차입금 담보로 제공했다. 지난 11월 기준 자회사 두산포트폴리오홀딩스 차입금에 제공한 담보까지 포함해 두산이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14.4%를 대출 담보로 활용했다. 두산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빌린 장·단기차입금은 1조640억원이다. 지난 3월(7290억원)보다 3350억원 늘어난 규모다.

두산이 별도 기준으로 단기차입금을 급격히 늘리면서 차입 만기 구조는 단기화됐다. 올 3분기 말 총차입금 2조6123억원(유동화채무, 리스부채 포함) 중 80%(2조915억원)가 단기성 차입금이다. 지난해 말에는 총차입금 1조4144억원 중 60%(8510억원)가 단기성 차입금이었다. 두산 지주부문 재무(Finance)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인 김민철 대표이사 사장은 SK실트론 인수대금을 치른 뒤 유동성 대응 능력을 보완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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