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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재무전략은 사업과 기업가치를 뒷받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사업자금이 필요하면 적기에 조달해야 한다. 증자나 채권 발행, 자산 매각 등 방법도 다양하다. 현금이 넘쳐나면 운용이나 투자, 배당을 택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선택엔 결과물이 있다. 더벨이 천차만별인 기업들의 재무전략과 성과를 살펴본다.
두산은 이자 부담 능력을 감당할 이익 창출력을 갖춘 시기 차입금을 늘려 SK실트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사업을 쪼개고 팔던 구조 조정 시기를 지나 이제는 조 단위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라고 판단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용 동박적층판(CCL), 반도체용 PKG(Package) CCL 등 데이터 센터, 범용 메모리향 소재 수요가 늘면서 전자소재 사업(전자BG) 부문이 지주사 수익성을 견인하고 있다.
두산은 올 3분기 별도 기준 누적 이자보상배율이 3.8배다. 최근 5년 중 최고치다. 두산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지 못했다. 연간 이자비용을 충당할 영업이익을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 1배를 회복하고 올해 이자비용 부담 능력을 추가로 개선했다.
두산 연결 실체 이자 부담 능력은 양호한 편이다. 2022~2023년 3.1배였던 두산 연결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 2배, 올 3분기 누적으로 2.1배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두산그룹 사업지주사인 두산 별도 법인 이자 부담이 과중한 편이었다.
두산은 올해 수익성을 회복하며 이자비용 부담 능력이 커지자 차입을 늘려 인수·합병(M&A)을 준비했다.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 인수전에 참여해 지난 12일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SK실트론 기업 가치는 5조원대로 추산된다. 매각 대상은 SK가 보유한 지분 70.6%다.
두산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차입금을 줄이며 이자비용을 통제했다. 2020년 말 1조8211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총차입금(유동화 채무, 리스부채 포함)은 지난해 말 1조4144억원으로 감소했다. 해당 기간 연간 이자비용은 700억~800억원대였다. 올 3분기 말 총차입금을 2조6123억원까지 늘려 3분기 누적 이자비용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673억원이다.
별도 기준 이자보상배율은 두산 영업이익을 따라 오르내렸다. 두산은 2021년 산업차량BG를 매각해 외형이 줄면서 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9% 감소한 666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724억원으로 늘었던 영업이익은 2023년 246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 전자BG 매출이 줄며 수익성을 개선하기 어려웠다.
두산은 2019년부터 그룹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자산을 매각하면서 자체 사업 기반이 줄었다. 두산에너빌리티 지원과 신사업 투자에 쓸 재원이 필요했다. 2019년 면세 사업을 중단하고, 연료전지 사업과 소재 사업을 각각 두산퓨얼셀, 두산솔루스로 인적분할했다. 이듬해 두산솔루스 지분(2370억원)을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에 팔았다.
자산 매각은 2021년까지 이어졌다. 두산은 2020년 두산타워(8000억원)와 벤처캐피탈 네오플럭스 지분(711억원)을 추가로 내놨다. 그해 모트롤BG를 물적분할해 이듬해 매각(4502억원)했다. 2021년 산업차량BG도 물적분할해 매각(7504억원)했다.
이익 창출력 개선 흐름은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 수혜 덕분이다. 반도체 기판용 CCL, AI 가속기용 CCL, 800기가바이트 이더넷(GbE) 고속 통신 네트워크용 CCL 등을 공급하는 전자BG가 수익성을 견인했다. 지난해 4분기 AI향 고수익 제품 매출이 늘면서 그해 두산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3배 증가한 816억원을 기록했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온기 실적을 초과한 2564억원이다.
두산은 올해 별도 기준 매출 목표를 2조원 이상으로 잡았다. 올 4분기 메모리 반도체와 AI 가속기, 800G 등 하이엔드 소재 공급을 늘릴 계획이다.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지난해 온기 실적(1조665억원)보다 큰 1조2546억원이다. 전자BG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1조394억원을 기록하며 지주사 외형 성장을 이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