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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가켐바이오, 6년 연속 적자에도 든든한 '5000억 순현금'

플랫폼 빅딜·오리온 피인수로 늘어난 유동성…수익 전 '협상력·시간' 확보

최은수 기자  2026-01-09 07:38:23
리가켐바이오는 국내 바이오텍 가운데 기술 경쟁력이 높은 기업으로 꼽히지만 아직 수익성 전환에는 이르지 못했다. 2025년과 올해 파트너사로부터 마일스톤을 수령했지만 2019년을 제외하면 최근 6년간 영업이익과 EBITDA는 모두 적자다. 실적만 놓고 보면 현재 위치는 여전히 적자 바이오텍이다.

하지만 유동성 흐름은 다르다. 연구개발비 집행이 이어지며 잉여현금흐름(FCF)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지만 현금성자산은 5000억원을 웃돌고 있다. 손익은 적자라도 현금은 쌓이는 구조다. 플랫폼 바이오텍의 사업 특성이 재무 지표에 그대로 반영됐다.

◇플랫폼 구조상 적자 불가피…FCF·EBITDA선 한계

리가켐바이오는 ADC플랫폼 ‘컨쥬올(ConjuAll)’의 라이선싱 파트너인 일본 오노공업으로부터 개발 진전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링커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기술 중심 바이오텍이다.

리가켐바이오는 그간 자체 신약 파이프라인의 R&D를 통한 상업화보다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을 핵심 수익 모델로 잡았다. 연구개발비 비중이 높은 구조인 만큼 영업이익과 EBITDA가 단기간에 플러스로 전환되긴 어렵다.

실제 FCF는 2021년 -607억원, 2022년 -116억원, 2023년 -647억원, 2024년 -731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 3분기 누적 기준도 -478억원이다. 연도별 편차는 있지만 흐름은 마이너스다. EBITDA 역시 같은 기간 모두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개발비 집행이 그대로 현금 유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규 파이프라인을 병행하는 플랫폼 기업 특성상 R&D 조절 여지도 크지 않다. 손익 지표만으로 기업의 현 위치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리가켐바이오는 지난해 오노약품과의 ADC 플랫폼 기술이전으로 마일스톤을 수령했고 올해 1월에도 추가 마일스톤을 받으며 새해를 시작했다. 그럼에도 현 시점에서 손익 구조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긴 어렵다.

◇5000억 넘어선 유동성, '협상력·플랫폼 만개' 시간 확보

손익 구조과 달리 리가켐바이오의 유동성 상황은 다른 방향을 보인다. 리가켐바이오의 현금성자산은 2021년 1799억원에서 2023년 976억원까지 감소했다. 그러나 2024년 들어 4921억원으로 급증했고 2025년 3분기 기준 5319억원을 기록했다.

변화의 핵심은 외부 유입 자금이다. 플랫폼 기술이전 성과가 누적된 데다 2024년을 기점으로 굵직한 거래가 재무구조에 반영됐다. 오리온그룹 피인수와 대형 기술계약이 맞물리며 단기간에 현금 규모가 커졌다. 2024년 말 기준 리가켐바이오의 유동성은 5000억원에 육박했고 2025 회계연도 기준 5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전망이다.

리가켐바이오의 현금 증가는 영업이익 개선의 결과는 아니다. 손익 구조는 그대로 유지된 상태에서 계약금과 자본 유입이 누적되며 현금성자산이 확대됐다. 손익 지표만으로 기업의 현금 여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플랫폼 바이오텍의 재무 구조가 엿보인다.

순현금 5000억원 체제 역시 즉각적인 수익성 전환을 의미하진 않는다. 대신 중장기 연구개발을 지속할 수 있는 시간과 선택지를 확보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현금 여력이 충분한 만큼 단기 성과에 쫓겨 불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줄어든다.

리가켐바이오가 지금까지 쌓아온 라이선싱 성과와 현금성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파이프라인 가치가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최소 7년 이상 개발을 이어가며 협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바이오플랫폼 기업에 있어 시간은 가장 중요한 자산 가운데 하나다.

FCF와 EBITDA가 여전히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지만 현금 고갈 우려 없이 R&D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리가켐바이오는 다른 적자 바이오텍과 구분할 필요가 있다. 단기 턴어라운드 여부보다 중장기 사업 지속성이 재무 구조로 뒷받침된 상태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오노약품 외 다수의 글로벌 파트너사와 협업 중인 파이프라인들의 단계별 마일스톤 달성을 앞두고 있어 2026년 한 해 동안 ADC 플랫폼 기술의 가치 입증과 개발 성과 창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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