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은 20여년간 순현금 경영체제 기조 하에 재무전략을 수립했지만 2020년대 이후 과천 신사옥 건립을 위해 대규모 차입을 감내했다. 약 790억원을 들여 지은 신사옥에 흩어져 있던 자회사와 신사업 조직을 한데 모아 밸류체인을 재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장기간 재무 안정성을 최우선했던 기조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투자였다.
결단의 결과는 빠르게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이후 조직 집결과 사업 구조 재편이 맞물리면서 수익성은 뚜렷하게 개선됐다. 2025년 EBITDA는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옥 설립 과정에서 감소했던 현금성자산도 영업 호조에 힘입어 투자 전 수준인 500억원대를 회복했다.
◇오너2세 체제, 달라진 재무 전략 '레버리지로 신사옥' 안국약품의 과천 신사옥 투자는 고(故) 어준선 회장 체제에서 유지됐던 재무 전략과 대비되는 결정이었다. 선대 회장 시절 안국약품은 차입을 최소화하고 내부 유보를 우선하는 기조를 유지하며 2001년 이후 20년 넘게 순현금 구조를 이어왔다.
재무 전략의 변화는 후계자인 아들 어진 회장이 부회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과천 신사옥 투자 결정을 기점으로 나타났다. 총 사업비는 약 790억원 규모였다. 2022년 계약금 201억원은 내부 현금으로 충당했지만 2024년 잔금 590억원을 집행하는 과정에선 금융권 차입이 불가피했다.
실제 2024년 한 해에만 별도 기준 자본적지출(CAPEX)은 약 760억원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총차입금은 700억원대 중반까지 늘었고 현금성자산은 300억원 초반으로 감소했다. 장기간 유지해온 순현금 구조가 이 시점에서 일시적으로 순차입 상태로 전환됐다.
하지만 오너 2세 어진 회장을 포함해 안국약품 내부에서는 차입 확대를 비용 증가가 아닌 사업 구조 전환을 위한 투자로 봤다. 신사옥 이전 이후 변화는 현금 흐름에서 가장 먼저 확인됐다. 대규모 투자가 마무리되며 조직 집결 효과가 비용 구조와 운영 효율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당시 안국약품 또한 과천 신사옥 투자와 관련해 "사업규모 확장을 위한 기반 마련 및 R&D 인프라 강화를 위한 투자로 당시 통합사옥 신축이 안국약품의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구축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집결 이후 달라진 숫자, 회수 국면 진입 신호 안국약품은 신사옥 투자가 마무리된 이후 현금흐름에서 이를 입증하고 있다. 2024년까지 대규모 투자를 감내하며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잉여현금흐름은 2025년 들어 플러스로 전환됐다. 2025년 3분기 기준 FCF는 약 340억원이다. 앞서 700억원이 넘은 자본적지출이 끝나고 현금 유출 사이클이 종료되자 곧바로 현금 회수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차입 확대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지 않은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2024년 말 750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25년 3분기 기준 700억원 초반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500억원대를 회복하며 사옥 건립 직전 수준에 근접했다.
신사옥 설립을 기점으로 수익성 지표도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 조직 집결 이후 비용 구조가 정리되고 신사업 연계 효과가 반영되며 실적과 EBITDA 등 현금창출력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매출원가율 개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옥 착공 전인 2020년 안국약품의 별도 기준 매출 원가율은 39% 수준이었다. 착공이 마무리된 2024년 말 38%으로 내렸고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론 35%를 기록 중이다.
기존엔 의약품 개발과 제조 및 생산 유통과 영업을 포함하는 밸류체인이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 각지에 흩어져 있어 비효율이 발생했다. 사옥 준공으로 이 구조가 해소되면서 수익성에 즉각적인 개선이 나타났다.
안국약품의 2025년 매출액은 2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과천 신사옥 투자 전인 2020년 1310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하면 2배 까운 성장세다. 2025년 연간 EBITDA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안국약품 설립 이래 가장 큰 현금창출력이다.
특히 어진 회장이 주목하는 헬스테크와 뷰티(H&B) 사업은 기존 의약품 인프라와의 연계가 필수적인 구조다. 조직 집결 자체가 비용과 시간 절감으로 이어졌다. 매출 확대보다 비용 구조 정리가 먼저 나타나며 수익성 개선에 반영되는 흐름이다.
더벨은 이와 관련해 안국약품 측에 수 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